직원 60명중 10명이 장애인… 열린채용 실천 ‘사랑의 카페’

빈스앤베리즈, 사회적기업 첫 걸음

미리 뽑아 놓은 에스프레소에 데운 우유를 붓자 근사한 카푸치노 한잔이 만들어졌다. 박윤희(19·여)씨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19일 서울 청운동 경복고의 경복사랑카페에서 박씨는 바리스타인 강두웅 매니저 도움을 받아 카푸치노를 만들었다.

박씨는 지난해 동명여고를 졸업한 뒤 구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커피 만들던 것을 기억한 선생님이 빈스앤베리즈에서 채용설명회를 한다고 연락을 줬다. 박씨는 월차를 내고 채용설명회에 참여해 커피까지 만들었다. 가끔씩 손길이 빨라질 때 강 매니저가 ‘천천히 하라’고 얘기한 것을 제외하면 카푸치노를 만드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박씨는 자신이 만든 커피와 강 매니저가 만들어 준 커피를 번갈아 마셨다. “어떤 게 더 맛있냐”는 질문에 “커피의 맛은 만든 사람이 아니라 마시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씨는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한화 갤러리아가 운영하는 델리카페 빈스앤베리즈는 이날 경복고에서 특별한 채용설명회를 가졌다. 취약계층을 고용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채용설명회’ 중 하나. 취약계층 고용은 지난 3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빈스앤베리즈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설명회에 참석한 20명은 박씨처럼 장애를 갖고 있다. 고교를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이다.

박씨를 지켜보던 언니 초희(22)씨는 “어릴 때 동생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고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한 중요한 이유가 됐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기업이 장애인 채용에 직접 나서는 걸 보면서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설명회는 ‘배려’와 ‘존중’으로 시작해 끝을 맺었다. 강 매니저는 바리스타란 직업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일부는 학교 내 카페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커피 지식을 뽐내기도 했다.

경복고에 다니는 이동규(18)군도 지난해부터 경복사랑 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군은 자폐성 장애 2급이다. 그는 “카페라떼와 에스프레소를 잘 만든다”면서 “사람들이 내가 만든 커피를 마시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면접 때 만큼은 달랐다. 빈스앤베리즈 직원도, 응시자들도 모두 진지했다. 면접관이 이군에게 아침 일찍 출근이 가능하냐고 질문하자 “5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매장에서 고객이 ‘장애를 가졌다’며 불쾌감을 드러낼 때는 어떻게 대응하겠냐는 물음에는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첫 도전에 나선 빈스앤베리즈는 장애인 고용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고객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있는 아카데미를 방문해 교육 기간과 내용을 논의했다. 일반적으로 빈스앤베리즈의 바리스타 교육은 15일 정도 걸리지만 장애인의 경우 2∼3배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채용인원 60명 중 장애인을 10명 정도 뽑아서 서울 시내 매장에 근무하도록 할 계획이다.

식음사업팀 김남헌 부장은 “누군가를 내보내는 게 아니라 자리를 새롭게 만들어 고용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더 들 것이며 교육기간이 늘어나면서 추가 비용도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업이 사회에 환원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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