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2014 아시안게임 무리한 추진… 인천시, 예산만 수백억 축내”

인천시가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예산까지 낭비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 인천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회 준비 실태 감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일부 사업 재검토와 관계자 징계 등을 인천시에 요구했다.

내년 9월 19일 개막 예정인 인천아시안게임은 2조290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대형 사업이다. 2006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이듬해 인도 뉴델리를 제치고 경기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인천시는 재정 부족으로 대규모 지방채까지 발행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다.

감사원에 따르면 인천시는 2009년 6월 계양경기장 등 3개 경기장 부지에 총 39만㎡의 체육공원을 조성키로 하고 토지 보상금으로 1311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사업 계획 수립 당시 인천시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37.7%로 광역단체 중 가장 나빴다. 당시 기획재정부도 “체육공원은 필수 경기시설이 아니다”며 이 사업을 국고보조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였다.

결국 조성공사비 481억원조차 확보하지 못해 사업은 중단됐고, 인천시는 토지 보상금만 날렸다. 게다가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안에 시 부담으로 만드는 클레이사격장 역시 예산 130억원을 모두 확보하지 못해 대회 전 준공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또 구체적 활용 계획도 없이 주경기장 연접부지 5만㎡를 매입해 토지 보상금 145억원을 낭비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크리켓 경기장 설치 부지가 마련돼 있는데도 위 연접부지에 크리켓 경기장을 만들어 부지조성 및 조경 공사비로 11억원을 썼다. 주경기장 관람석 규모를 애초 7만석에서 6만석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하고도 시설규모는 7만석 수준으로 유지해 공사비 48억원을 낭비하기도 했다.

인천시는 또 대회 기간 한시적으로 사용될 선수 훈련시설을 기존 시설을 개·보수해 마련할 경우 118억원을 아낄 수 있음에도 불구, 신설 또는 전면 개·보수 계획만 세우고 사업을 추진했다.

경기장 시설물 구매·발주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정황도 포착됐다. 인천시는 남동경기장 공기조화기 구매계약 과정에서 한 업체에 견적 금액을 경쟁 업체보다 낮게 제출토록 해 수의계약을 맺었고, 이 업체는 17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경쟁 입찰 대상인 송림경기장 등 5개 경기장 관람석 수납시스템을 수의계약 대상에 포함시킨 사실도 적발됐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