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은구] 복지재정과 국고보조금

국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고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복지국가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목적세로서 사회복지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대부분 국민의 사회복지 욕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재정의 50% 이상을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발전은 결국 복지재정의 안정성이 얼마나 확보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복지 영역의 가장 핵심적 이슈로 제시된 것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다. 보편적 복지 시대에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기초연금과 같은 사회복지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복지재정이 확대돼야 한다. 복지재정의 확대와 안정성을 위해 사회복지세를 도입하는 데 찬성하지만 이와 맞물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국고보조금 문제다.

우리나라의 국고보조금은 사용 용도가 제한돼 있는 범주보조금이자 중앙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재정을 지자체가 일정비율 책임지도록 하는 대응보조금의 성격을 지닌다. 2005년 이후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국고보조금의 대응보조금 특성으로 인해 지방정부의 재정적 어려움은 매년 심해지는 실정이다. 복지재정 분권으로 광역시·도의 재정자립도는 2002년 평균 54.8%에서 2012년 52.3%로 하락했다. 재정자주도 역시 2004년과 2012년 사이 광역시·도의 경우 평균 5% 이상 하락했다. 서울은 95.5%에서 91.5%, 대전은 86.6%에서 76.2%로 하락했다. 지방정부의 재정이 열악해진 가장 결정적 원인은 중앙정부 차원의 복지정책 확대에 부응하기 위해 대응비(매칭비)를 부담한 것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서울은 사회복지예산에서 국고보조비로 약 1조9000억원을 지원받고 이에 국고보조사업 대응비를 2조3000억원 지출했다.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2005년 이후 국고보조비는 줄어드는 데 지방비 부담은 증가하는 기형적 구조를 안고 있다.

지방정부의 복지재정 분담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방정부의 재정은 곧 부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의 복지사업에 대한 대응비를 마련하느라 지방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지방정부 차원의 사업은 축소되고 심지어 정지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국민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사업과 영유아보육사업 등은 대표적인 국고보조사업이다. 정부는 사업별로 대응비율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일반여권 발급은 기준보조율이 100%로 전액 국고보조사업이다. 기초생활보장사업은 기준보조율이 서울 50%, 다른 지방은 80%이고 영유아보육사업은 서울이 20%, 다른 지방은 50%다.

보편적 복지사업인 기초생활보장사업이나 영유아보육사업의 예산을 왜 지방정부가 분담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정부 재정 악화를 유발하는 보조율을 적용해 복지사업에 대한 대응비율을 원칙 없이 정해놓고 지역에 따라 달리 조정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제공돼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는 전액 국고로 제공돼야 한다. 지방정부의 재정능력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인 기초생활보장이나 기초연금, 영유아보육 등과 같은 사업의 지방대응비는 같은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대응비가 지방정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또는 지방에 적합한 복지사업 확대를 가로막는 차단 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은구 (계명대 교수·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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