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끌어다 상장기업 인수… 회삿돈 282억 빼먹은 일당 기소

사채를 끌어다 기업을 인수한 뒤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기업사냥꾼’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돈을 갚지 못해 무허가 사채업자에게 경영권을 빼앗겼고 회사는 누더기가 돼 결국 상장폐지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현철)는 20일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으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자금 282억원을 챙긴 혐의(횡령 등)로 오모(43)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모(43)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오씨 등은 2006∼2009년 사채업자 이모(43)씨 등으로부터 500여억원을 빌려 N사를 인수했다.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분식회계 등의 수법으로 회사자금 282억원을 빼돌렸다. 횡령한 돈 대부분은 빌린 사채를 되갚거나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사채업자 이씨는 빌려준 돈의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자 지난해 12월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오씨 등을 협박, 회사에서 내쫓고 경영권을 빼앗았다. 이씨 역시 회삿돈 45억여원을 빼돌렸다. 검찰은 이씨를 수배하고,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이씨의 범행을 도운 김모(60)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오씨 등의 잇따른 횡령으로 피해를 본 N사는 한때 주당 2만9000원이던 주가가 지난해 12월 12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결국 유동자산 고갈 등의 이유로 지난 4월 상장폐지됐고 이 때문에 소액주주 3640명이 손해를 입었다. N사는 한국야쿠르트에 식품 원료를 납품하던 업체로 2010년 매출액이 360억원 정도로 건실한 회사였다. 검찰 관계자는 “달아난 사채업자 이씨 외에 다른 사채업자가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있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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