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家 유산 상속 소송… 항소 포기 검토하던 CJ “예정대로 간다”

1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완승으로 끝난 삼성가 유산상속 소송의 항소심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 맹희씨 측이 한때 CJ 측의 건의로 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국에는 소송을 계속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12일 “삼성가 유산소송의 항소심 첫 공판이 이달 2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면서 “1심 판결 이후 특별한 상황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싼 이 창업주의 장남 맹희씨와 삼남 이건희 회장 간의 소송은 이재현 CJ 회장의 구속이라는 돌발변수를 맞았다.

CJ 관계자는 “이번 유산상속 소송은 CJ와 무관하며 전적으로 이맹희씨의 개인적인 소송”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때 이재현 회장을 살리기 위해 소송 취하를 맹희씨 측에 건의하는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송을 계속하겠다는 이맹희씨의 의지가 강한 데다 소 취하를 해서 얻을 실리가 그리 많지 않아 항소심 소송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CJ 측이 항소 포기를 검토한 것은 구속된 이 회장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과의 관계가 우선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유산상속 소송을 통해 적(敵)이 된 삼성을 중립지대로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아들(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아버지(이맹희씨)가 유산상속 소송을 계속하는 모습이 부담으로 작용할까 우려했다는 얘기도 있다. 유산상속 소송 취하로 이재현 회장이나 CJ 측에 우호적인 여론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송 취하 카드는 CJ 내부에서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소송을 취하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과실이 많지 않다고 판단내린 것으로 보인다. 소송 취하만을 이유로 검찰이나 법원이 이재현 회장에 대해 선처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또 CJ가 줄곧 삼성가 유산상속은 자신들과 무관한 이맹희씨 개인소송이라고 강조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재현 회장 구속이라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항소심 취하 카드를 구사할 경우, CJ가 이번 소송과 연관이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맹희씨 측의 소송 강행 의지가 워낙 강해 소송 취하가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CJ 측은 “항소포기는 우리가 검토했던 수만 개의 카드 중 하나”라며 “논의되기는 했으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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