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체제 CJ, 2세 경영 속도내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선호(23)씨가 최근 CJ그룹 지주회사인 ㈜CJ에 입사했다. 이 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경영공백이 생긴 CJ그룹이 후계 구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CJ그룹은 지난달 24일자로 선호씨가 ㈜CJ에 입사해 상반기 공채 신입사원들과 함께 연수를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선호씨는 ㈜CJ에서 그룹 적응훈련(OJT) 차원에서 부서 순환근무를 하고 있으며 현재는 조직 개편으로 신설돼 CJ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는 미래전략실에서 근무 중이다. 9월 초쯤 근무 부서에 발령날 것으로 알려졌다.

선호씨는 올 초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10년 이후 방학 때마다 귀국해 CJ의 주요 계열사에서 인턴 근무를 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CJ제일제당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게 알려져 CJ가 후계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귀국한 뒤에는 이 회장으로부터 직접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호씨는 지난 2월 병역면제 처분을 받아 ㈜CJ에 정식 입사했다. 면제 사유는 이 회장과 같은 유전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호씨가 아직 20대 초반인 만큼 CJ의 전면에 나서 중책을 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CJ 관계자는 “선호씨가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을 것”이라며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고 구속됐을 때도 제주도에서 신입사원들과 함께 그룹 입문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모인 이미경 CJ 부회장과 CJ의 비상경영 체제를 이끄는 손경식 그룹 경영위원장 등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호씨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경우 입사 13년 만에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는 등 이른 나이에 경영 전면에 나섰다.

CJ가 대졸 신입사원의 임원 승진 연한을 기존 20년에서 최단 10년으로 줄이는 ‘패스트 트랙’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선호씨는 그룹 지주사인 ㈜CJ 주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일부 계열사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 그룹 내 전체 지분율은 미미한 상황이다. CJ 측은 지금은 지분 문제를 꺼낼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선호씨의 누나인 경후(28)씨는 2011년 CJ에듀케이션즈 마케팅 담당 대리로 입사한 뒤 과장으로 승진해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경후씨가 가까운 시일 내 지주사인 ㈜CJ에 근무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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