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교육 싫어” 입시경쟁 벗어난 홈스쿨링 확산

‘K팝스타2’에서 우승한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 “홈스쿨링을 하며 음악적 재능을 발견했다”고 밝힌 뒤 ‘내 아이도 악동뮤지션처럼 키우겠다’며 홈스쿨링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기독교홈스쿨협회 관계자는 21일 “악동뮤지션의 영향 탓인지 방송 이후 홈스쿨링에 대한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며 “홈스쿨링은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하며, 유행처럼 따라 하면 오히려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독교홈스쿨협회에는 약 1000가정 4000여명이 가입돼 있다. 인터넷 카페 ‘행복한 홈스쿨링’은 최근 한 달 새 회원수가 200명 가까이 늘어 21일 현재 3376명이다.

홈스쿨링은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하거나, 진로를 폭넓게 모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인천에서 6년째 두 자녀를 홈스쿨링하고 있는 김준호(45)씨는 아들 재준(16)군이 초등학교 5학년, 딸 다혜(14)양이 3학년 때인 2007년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김씨는 “두 자녀 모두 아토피가 심했는데 기름진 학교 급식 때문에 치료가 힘들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아토피 때문에 놀림을 받는 일이 잦아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학과외교사, 아내 조재숙(45)씨는 영어과외교사를 직업으로 하고 있어 두 부부가 자녀들의 각 과목 교육을 맡아왔다. 조씨는 “딸이 미드(미국드라마)를 보다가 번역에 관심을 보이길래 자막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알려준 적이 있는데 이제는 유창하게 영어를 번역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며 “홈스쿨링은 다양한 방법으로 배움의 방식을 찾아 간다”고 말했다.

경북 청송에서 세 자녀를 홈스쿨링하는 박미영(47)씨는 “우리 아이들이 획일화 된 공교육에서 벗어나 ‘자기다움’을 찾는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홈스쿨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채팅에 치중해 정작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풀어내지 못한다”며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사회현장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큰딸 김예슬(20)양은 “홈스쿨링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이 행복해지는 길인지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양은 16세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한 상태다.

그러나 홈스쿨링에도 어두운 단면은 있다. 홈스쿨링 가족들은 “하루 종일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읽고, 자연에서 뛰어놀 것 같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조언했다. 홈스쿨링 8년째인 김민자(41·여)씨는 “홈스쿨은 자녀 앞에서 벌거벗은 것과 같다”며 “아들을 교육시키다 화가 나서 충돌이 잦아졌고, 어느 날은 다른 이유로 화가 났음에도 아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약 1년간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홈스쿨링하다 포기한 한은정(38)씨는 “남편과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내가 홈스쿨링을 하자고 밀어붙였다”며 “혼자 교육시키려다 보니 부담이 됐고, 부부싸움도 잦아져 오히려 아들에게 안 좋은 모습만 보였다”고 말했다.

홈스쿨연구소 이정연 소장은 “집에만 있으면 마법처럼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는 생각으로 체계적인 준비 없이 시작하면 부모와 자녀 간 마찰만 심해져 100% 실패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에 학교 커리큘럼을 홈스쿨링에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며 “학생들이 동일한 목표하에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학교에 비해 홈스쿨링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는 효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사야 정건희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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