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 최덕림 정원관리본부장

Է:2013-06-11 17:53
:2013-06-1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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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터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 최덕림 정원관리본부장

“순천만정원은 습지 보호 위한 거대한 생태울타리죠”

지난 4월 20일 개막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구 30만명이 안 되는 소도시 순천시가 스스로의 힘으로 개최한 이번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이 11일 현재 190만명을 돌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폐막일인 10월 20일까지 600만명 돌파도 가능해 ‘국내 최고의 성공한 지역축제’라는 평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원박람회는 단순한 정원 박람회가 아닙니다. 박람회장에서 5㎞ 떨어진 순천만 보전을 위해 거대한 정원이라는 생태 울타리를 제공하는 게 1차적 목적입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매립국가가 아니라 생태보전국가라는 국가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행사입니다.” 박람회 조직위원회 최덕림(56) 정원관리본부장은 10여년 전부터 추진된 순천만 살리기 운동의 실무주역답게 다부지게 말했다. 23년간 문화관광분야 외길에서 전문성을 쌓은 최 본부장의 헌신과 일관성이 없었더라면 박람회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지역유관기관과 순천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난 4일 순천시내 조직위 사무실과 박람회장에서 최 본부장을 만나 이번 박람회의 기획의도와 성과 및 의미 등을 들어봤다.

만난 사람=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논설위원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익사업 차원을 넘는 몇 가지 큰 의미를 지닌다.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 이번 정원박람회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습지 생태계인 순천만에 완충지대를 형성함으로써 먼 장래에도 이를 온전히 보전하자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다. 최덕림 본부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썼다고 말했다. “정원박람회를 왜 하냐고 묻는다면 ‘순천만을 항구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라고 당당하게 대답합시다.” 최 본부장은 이어 “여수엑스포는 국가가 주관한 반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지방이 주관했다”면서 “이 박람회는 규모면에서 여수엑스포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방분권시대에 ‘지방창조경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부분 해안 도시들이 매립으로 세운 모래 위에 공단과 주택단지 및 테마파크를 세웠다. 그러나 순천시는 이들과 달리 순천만을 보전하고 습지를 복원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최 본부장은 “순천만이나 박람회가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했다”고 밝혔다.

-정원박람회를 구상한 계기와 탄생 배경은.

“순천만이 생태관광지로서 성공을 거두자 연간 300만명이 방문하면서 많은 차량들로 몸살을 앓게 됐다. 순천만 습지 부근의 농경지도 그냥 두면 늘어나는 관광객을 겨냥한 음식점과 주택이 들어설 것이 뻔했다. 2008년 핵심지역 960만㎡를 국토관리법상의 생태계보전지구로 지정했다. 그때까지 1년6개월 동안 72건의 개발행위 허가 신청이 들어왔지만 모두 반려했다. 방문객 쉼터이자 교육장인 습지센터와 주차장을 순천만에서 5㎞가량 떨어진 곳으로 옮길 계획도 세웠다.

절대보전 공간인 핵심지역과 전이지대 및 완충공간 등 3단계로 차등화된 에코벨트를 조성하려고 하니 토지 매입에 돈이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을 하던 중 하천(동천)변에 화단을 조성하려고 독일정원 전문가인 고정희 조경설계연구소장으로부터 용역보고를 받았다. 그 보고회에서 제시된 70장의 파워포인트 자료 중 한 장이 정원박람회 사례들이었는데 노관규 당시 시장이 관심을 갖고 상세한 설명을 들은 뒤 시 담당관들과 함께 박람회 개최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제 행사를 하면 국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도 있고 입장료와 연관 사업 수입을 통해 토지 매입비보다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순천만 보호를 위해 정원박람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그냥 두면 펜션단지 등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어렵다. 가까운 곳에 제철산업 및 석유화학단지가 있으므로 언제든 공장과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 순천만에서 도심 방향으로 5㎞ 후방에 있는 대규모 정원은 순천 도심이 순천만 방향으로 더 팽창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습지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원박람회를 조성하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인 것으로 안다.

박람회 관람객뿐만 아니라 순천만 탐방객들도 박람회 주차장에 차를 두고 친환경 교통수단인 PRT(무인궤도차)를 타고 순천만으로 접근하게 된다. 다만 차의 시험운행이 아직 끝나지 않아 8월이 돼야 운행이 가능하므로 그때까지는 정원박람회장 남문에서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와 그동안 보호운동의 성과 및 경제적 파급효과는.

“낙동강 영산강 금강 동진강 등 우리나라 큰 강 대부분의 하구는 막혀 있다. 그러나 순천만의 경우 상류의 동천과 이사천에서 하구까지 막히지 않은 채 살아 있다. 덕분에 순천만은 26.5㎢에 이르는 넓은 갯벌에 철따라 빛깔을 달리하며 장관을 이루는 갈대 군락지 5.6㎢, 짱뚱어, 칠게, 도둑게 등 갯벌 생물들과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저어새를 비롯한 철새 235종 등의 빼어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세계 5대 연안습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2006년부터 순천만 살리기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순천시는 흑두루미의 비행에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 전봇대 282개를 제거하고, 순천만 입구 대대포구의 음식점들을 외곽으로 이전했다. 이처럼 새들에게 쉼터를 제공한 결과 겨울철 진객 흑두루미의 개체수와 관광객이 함께 늘었다. 2002년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가 121마리였을 때 관광객은 연간 10만명이었으나 693마리가 찾은 지난해에는 295만명으로 늘었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정원박람회는 지역 행사로서 자립하고 흥행에도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최고로 성공한 지역 축제가 되기 위한 목표와 달성 가능성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경우 순천만 보호라는 독특한 명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 가운데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물론 정원박람회가 흑자를 낸 경우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당장 올해만 따져보면 목표인 400만명을 달성할 때 입장료와 식사·숙박비 및 연관 산업을 포함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6700억원, 고용증대 효과는 1만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됐다. 지금까지 토지 매입비 800억원을 포함해 총 2490억원의 투자비용 가운데 국고(734억원)와 전남도비 등 848억원이 지원금이었음을 감안하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이 남는 행사가 될 것이다. 게다가 정원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한다. 세월이 갈수록 숲과 동식물이 번성하고, 정원과 수목원의 가치는 계속 더 높아진다. 박람회 이후에도 현재 성인 1만6000원인 입장료를 크게 낮춰 유료로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조경·화훼산업, 허브와 약초를 이용한 한방 및 뷰티산업, 서비스산업 등의 파급효과도 클 것이다.”

-박람회 명소 가운데 국제습지센터, 꿈의 다리 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순천만에서 이곳으로 옮겨 온 국제습지센터는 과거 논이던 곳의 일부를 습지로 바꾸고 일부 부지에 건물과 동물원을 조성했다. 오리, 고니, 쇠기러기가 습지에 그대로 찾아오게 했고 동물원은 물론 건물 내 전시관에도 순천만과 순천의 자연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산 채로 볼 수 있게 했다. 어린이와 학생들이 산 것을 직접 가까이서 보고 접하게 되면 잘 알게 되고 그러면 좋아하게 된다. 동식물을 학대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자연스럽게 반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꿈의 다리는 세계적 설치미술가 강익중 화백이 기획과 외벽 설계를 맡았고, 내부 벽면을 국내외 어린이 14만명으로부터 받은 ‘나의 꿈’ 그림 타일들로 채웠다. 컨테이너 30개를 활용해 평범한 다리를 세계 최초의 다리미술관으로 꾸몄다. 소방관, 대통령, 축구선수 등을 소망하는 내벽 그림의 주인공들은 박람회장을 무료로 방문할 수 있고, 그들의 그림 위치를 웹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어릴 때 추억이 간직된 정원박람회장을 두고두고 찾으면서 과거 어릴 때의 꿈을 회상할 것이다.”

-주로 시의 자체예산으로만 행사를 꾸리다 보니 재활용과 근검절약의 모범 사례가 됐다는데.

“정원의 상당 부분이 재활용품으로 꾸며졌다. 특히 미국정원∼스페인정원길 300m 구간을 장식한 메타세쿼이아 숲의 나무들은 2년 전 전북 남원∼경남 함양 구간 88고속도로 확장공사 때 베어져 나갈 뻔했던 것을 옮겨 심은 것이다. 당시 다른 일로 출장을 갔다가 공사 현장의 나무를 발견하고는 기왕 버릴 것이면 좀 달라고 했다. 메타세쿼이아 외에도 철쭉, 병꽃나무 등 모두 7340그루를 88고속도로 확장공사 현장에서 이식했다. 그밖에도 가까운 주암댐 호변의 나무 솎아내기 현장에서 산딸나무, 단풍나무, 이팝나무 등을 얻어다 심었다. 이처럼 도로 가로수나 공유림에서 솎아내 오거나 기증받은 것을 합치면 27만7000그루에 이른다. 총 111만2000㎡의 박람회장 수목원·국제습지센터의 수목 50만 그루 가운데 55.3%를 차지한다. 바위정원을 채운 자연석 2만5000t은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 공사 등 대부분 공공사업장에서 나온 것이다. 재활용을 통해 모두 200억원을 아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해 순천만의 생태관광에 대해 “행정조직의 추진력과 지역사회의 참여가 고루 뒷받침됐다”면서 “지금까지 가장 확실한 성공사례”라고 평가했다. 정원박람회의 경우 초반 흥행 돌풍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관람객을 위한 배려 등은 어떻게 반영했나.

“논어에 보면 ‘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라는 말이 나온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말이다. 즉 먼저 우리 순천 사람들이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순천만을 보전하는 일에 기쁨과 자긍심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직원과 자원봉사자, 음식·숙박업소 종사자들도 성심성의껏 손님을 모시게 된다.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과 열정이 입소문을 타고 관람객을 불러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박람회장 조성에서 특히 신경을 쓴 대목은 계단과 큰 경사가 없는 평탄한 보행로로 전체 코스를 다 돌아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박람회장 전체에 계단은 하나도 없다. 그 덕분에 여성과 노인 및 장애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지금까지 관람객 구성을 보면 여성이 70%를 차지한다. 또한 화장실 장애인 코너에 샤워시설을 갖췄다.”

-순천시는 앞서 순천만 살리기를 통해 편의시설 등을 관광명소에서 먼 곳으로 배치하는 ‘벌통형 관광’을 추진했다. 그 개념과 앞으로 발전 전략은.

“꽃에서 멀리 떨어진 벌통처럼 배후 편의시설을 관광명소로부터 멀리 배치함으로써 관광객들이 이동에 시간을 투자하게 만들어 그곳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무르고 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순천만은 박람회장에서 셔틀버스로 접근해야 한다. 요즘 거의 모든 중소 도시들까지 도로망이 좋아지면서 관광객이 하룻밤도 머물지 않고 대도시로 빠져나간다. 이 같은 ‘빨대효과’를 봉쇄하기 위해 벌통형 관광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번 박람회의 편의시설 배치도 그런 점을 우선적으로 감안해 관광객이 순천만과 박람회장에서 도심으로 이동해 1박 이상 머무르고 가게끔 유도하고 있다. 6월부터는 밤 9시까지 야간 개장도 하고 이에 발맞춰 순천시내에서는 ‘빛의 축제’를 개최한다. LED 조명을 이용해 다양한 꽃, 어류, 조류 등의 조형물을 비추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자연에 대한 이해를 돕는 행사다. 박람회가 끝나고 나서도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을 맞아 그 가운데 200만명이 순천에서 1박 이상 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2009년 순천만 보전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받은데 이어 2011년 제1기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방자치제의 현주소와 문제점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4년, 시장과 군수를 선출하기 시작한 지 19년이 지났다. 지자체들은 이제 성년이 된 만큼 스스로 해 나갈 때가 됐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여전히 지자체를 불신하고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의존심을 버려야 한다. 230개 지자체의 각양각색 경쟁력이 합쳐지면 그게 바로 국가 경쟁력이 된다. 청와대에 지방경쟁력실과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도 창조경제를 위해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

33년 지방 공무원 생활 가운데 22년을 문화관광 분야에서 일하며 낙관적인 구상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다. 주말에도 자주 근무해야 하는 기피부서지만 공무원이 전문가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노력하고 현장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 발로 뛰고 가슴으로 설득시켰다. 가장 힘든 일은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이제 공무원 조직에도 전문가 직렬이 더 늘고 합당한 대우를 받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순천=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 최덕림 본부장은

△1957년 전남 순천 출생 △2002년 순천대 대학원(법학 석사) △1981년 충북 제천시 임용 △1984년 전남 순천시 근무, 주민자치과장(2003), 관광진흥과장(2007) △2009년 순천시 경제환경국장 △ 2011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추진단장 △2012년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 정원조성본부장 △2013년 동 정원관리본부장(현) △2009년 녹조근정훈장 △2011년 정부 행정의 달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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