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냐 육아냐… 서러운 女예술인들
연극배우 김수진(가명·33·여)씨는 2011년 6월 결혼했다. 시부모는 볼 때마다 “손주는 언제 안겨 줄 거냐”고 하고 그와 남편도 아이를 원한다. 그러나 아이를 낳자니 여배우로서 삶이 끝날 것 같아 걱정이다. 어려서부터 무대에 오르는 게 꿈이었던 그는 2003년 데뷔 이후 20여 작품에 출연했다. 김씨는 “아이를 낳고 공백기를 거치면 다시는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것 같아 두렵다”며 “주위의 많은 여배우들이 공연과 출산을 놓고 고민하지만 결국 둘 중 하나는 포기하더라”고 털어놨다.
연극 뮤지컬 등 공연예술 분야는 드라마·K팝에 이은 ‘제3의 한류’를 꿈꾸고 있지만 여배우의 육아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미혼 여성 예술인(연극·무용·음악·국악인) 998명을 심층 조사해 지난 3월 ‘공연예술인 육아부담 경감 방안’ 보고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자녀가 생겨도 무대에 남겠다는 응답자는 8.4%에 불과했다.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겠다는 이가 절반을 넘었다(55%).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이도 많다. 여성 연극인 중 기혼자는 26.1% 뿐이다.
공연계에는 여배우가 공백기를 거치면 다시 무대에 서기 어렵다는 인식이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몸짓이 주요 표현 수단이라 1∼2년 쉬면 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늦은 시간에 단원 모임이 잦은 문화도 기혼 여성에겐 큰 부담이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예술인 중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경우는 12.2%에 그쳤다. 발레학원을 하는 김모(31·여)씨는 “여성 무용수의 혼인율은 10%가 채 안 된다. ‘아이 낳고 계속 발레 하는 1호가 돼볼까’ 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했다. 연극배우 김모(34·여)씨는 “애 엄마가 무대에 선다고 하면 주변에서 ‘아이나 잘 키우지’ 하며 눈치를 준다”고 했다. 무직 상태인 30·40대 여성 예술인 중 절반 이상(30대 55.6%, 40대 54.1%)이 직업을 갖지 못한 이유로 ‘육아와 가사’를 꼽았다.
여성 예술인들은 공연이 주로 열리는 심야와 주말에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문화정책센터장은 “문화예술 분야의 30·40대 여성을 위한 맞춤형 보육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박요진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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