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백인제 가옥

Է:2013-05-2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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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민속자료 22호인 가회동 ‘백인제 가옥’은 친일파 한상룡이 1913년 지어 15년간 살던 집이다. 한상룡이 전무로 있던 한성은행의 경영이 악화되자 1935년 소유권이 신간회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개성 부자 최선익의 손으로 넘어갔다. 독립지사이자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가 1944년 집을 인수해 6·25전쟁 중 납북될 때까지 거주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한상룡은 이완용의 외조카로 동양척식회사 이사 등을 지낸 대표적인 친일파다. 그는 1927년 중추원 참의가 됐고 1938년 중일전쟁 지원병과 공출을 독려한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임전보국단 같은 친일단체 간부를 역임해 일제로부터 여러 차례 훈장을 받았다.

한상룡은 1906년 가회동으로 이사한 뒤 수년간 인근 가옥 12채를 사들여 집을 지었다. 그는 “조선 주택으로는 보기 드물게 일부가 2층으로 돼있고 일본식 방도 마련해 낙낙하게 지은 주택”이라고 자평했다. 1913년 10월 17일 일왕이 신에게 곡식을 바치는 ‘간나메사이(神嘗祭)’를 맞아 이 집에서는 데라우치 초대 총독 등 조선총독부 고위관리들이 참석한 연회가 열렸다. 하세가와 요시미치 2대 총독 역시 1917년 5월 이 집을 찾아 바둑을 두며 연회를 즐겼다.

서울시가 백인제 가옥으로 서울시장 공관을 옮기려던 계획을 23일 백지화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11월 이전 방침을 발표하면서 계속되던 친일과 문화재 훼손 논란은 잦아들게 됐다. 한양도성 성곽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걸림돌이 되는 혜화동 현 공관을 연말까지 비우고 임시공관을 쓰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다른 곳을 물색할 것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다. 건물이야 무슨 죄가 있겠느냐만, 수도 수장이 친일의 악취가 남아있는 곳을 굳이 공관으로 삼을 이유가 없다. 1981년부터 쓰고 있는 현 공관도 중추원 참의를 지낸 하준석이 지은 건물이라고 하지만 새로 공관을 정하면서 굳이 역사적 하자가 있는 곳을 택할 일은 아니다.

백인제 가옥 논란에서 보듯 우리는 해방 70년이 가까워지도록 일제 강점의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일본은 일본군위안부를 부정하고 침략을 부인하는 망언을 일삼는다. ‘맞은 자는 펴고 자도 때린 자는 오그리고 잔다’는 속담이 무색할 뻔뻔함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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