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칼럼] 혼돈과 상실의 시대에 복음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 주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행한 설교에 대해 마가복음은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이르시되 때가 찾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막 1:14∼15)

사도 바울은 복음과 관련해서 자신이 받은 사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주 예수님과 사도 바울이 복음에 대하여 하신 말씀을 요약하면 복음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복음이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창세 전에 계획하시고 확정하신 복음이라는 말이다. 복음의 시작과 과정과 끝도 하나님이며, 복음의 소유주가 하나님이며, 목적도 하나님이며, 복음의 영광과 가치도 삼위일체 하나님이 정하신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복음은 영원한 복음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인간이 고안해낸 것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나님께로부터 온 영원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기에 복음은 불변의 복음이며, 절대적인 복음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복음을 변질시켜 다른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 영원히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선포한다(갈 1:5∼10). 복음은 시간과 공간과 환경을 초월하는 절대적인 것이다. 복음은 어떤 시간이나 공간이나 환경을 따라 변할 수 없는 절대적인 성격을 가진다.

또한 복음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나라 곧 천국의 복음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을 마귀의 폭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자유케 하고, 그 백성들 가운데 하나님의 거룩하고 의로운 사랑의 통치가 회복된다는 기쁜 소식이다. 죄와 허물로 죽은 자들을 다시 살게 하는 생명과 영생의 복음이다. 하나님과 죄인 사이의 원수관계를 허물어 버리는 화해와 화목의 복음이다.

온갖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 참된 빛을 던져주는 진리의 복음이다. 해방과 자유와 생명과 화해와 진리의 복이 죄인의 행위나 실력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 거저 값 없이 주시는 호의로 말미암는다는 오직 은혜의 복음이다. 율법과 죄와 사망의 권세 아래 노예된 죄인들을 구원하여 죄 사함과 의롭다함을 얻게 하는 복음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으로 세상을 이기게 하는 복음이다.

복음만이 영원하며, 복음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참되게 아는 사람은 복음에 올인한다. 자기 자신을 복음 위에 세우고, 자기 자신의 인격을 복음 위에 세운다. 자기 자신의 꿈과 비전을 복음 위에 세우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과 소명을 복음 안에서 발견한다. 자신의 전 존재가 복음으로 규정되며, 복음이 자신의 삶을 지배한다. 결혼을 복음 위에 세우고, 가정을 복음 위에 세우며, 교회를 복음 위에 세우고, 사회와 국가를 복음 위에 세운다.

오늘날 한국교회와 전세계교회 안에는 복음을 무시하고, 복음을 왜곡하고, 복음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져가고 있다. 복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복음을 희생시키고, 복음을 이용하고, 복음을 악용하는 사람이 많아져가고 있다. 그야말로 “그러나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눅 18:8)라는 주님의 말씀이 이뤄져가고 있는 마지막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 우리는 복음을 위해 자존심과 물질과 명예와 생명까지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복음의 군사들, 복음의 전사들이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 비 진리와 마귀와의 영적 싸움을 감당하기 위해 날마다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는 예수의 병사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자신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깨어 정신을 차리고 무장해야 한다.

이 시대 한국교회는 복음의 군사와 복음의 전사들을 길러내는 일에 전심전력해야 한다. 규모가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도시의 교회든 농촌과 어촌의 교회든,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의 교회든 가난한 지역의 교회든 상관없이 모든 교회들이 손에 손 잡고 함께 이 거룩한 일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할 때 한국교회는 희망의 공동체가 될 수 있으며, 세상에 소망을 주는 거룩한 책임을 완수하게 될 것이다. 이 일이 속히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주여, 조국 교회를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미국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큐리오스 인터내셔널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