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이후… 日 수출품 단가 인하율 한국의 10배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뒤 일본 수출품의 단가 인하율이 우리나라 수출품보다 평균 10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특히 우리나라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섬유 철강 전기전자 제품의 단가를 공격적으로 인하했다.

◇단가 인하 일본 5%, 한국 0.5%=14일 산업통계 제공기관인 CEIC와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엔저 현상이 시작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5개월간 일본 기업의 수출품 단가(달러 표시)는 평균 5.0% 인하됐다.

철강제품(1차)은 수출 단가가 10.6% 하락했고, 화학제품은 9.8%, 섬유제품은 9.2% 낮아졌다. 전기전자제품은 8.2%, 일반기계와 자동차는 각각 3.0% 단가가 인하됐다. 일본 제품의 수출단가는 지난 3월 더욱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수출품의 단가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4개월간 수출 단가는 0.7% 상승했으나 3월에는 단가가 하락해 누적 인하율은 0.5%를 기록했다. 자동차의 경우 5개월 동안 단가가 오히려 1.8% 상승했다. 전기전자와 화학 분야의 수출제품도 단가가 각각 0.9%, 0.4% 인상됐다.

◇엔저 효과는 아직=일본이 수출품 단가를 인하한 제품은 대부분 우리와 수출이 겹치는 품목이다. 국내 기업도 단가 인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철강은 중국과 아세안 지역에서, 섬유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한·일 간 경쟁이 치열하다. 가전도 미국, 중국, 유럽에서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제품이 많다. 자동차도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적극적인 단가 인하가 실질적인 수출 물량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물량 기준(수출 금액을 수출 단가로 나눈 값)으로 일본의 지난해 4분기(1∼3월) 주요 제품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10.8% 줄었다. 일반기계가 21.8% 감소했고, 자동차(-13.1%), 전기전자(-12.2%), 섬유(-11.2%)도 수출 물량이 10% 넘게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수출 물량이 3.1% 늘었다.

따라서 엔저 효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 제품의 단가 인하 효과를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수출 물량이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일본 수출에 대한 기대감과 한국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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