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새순 덖어 ‘지리산’을 마신다

Է:2013-05-08 17:22
ϱ
ũ
100가지 새순 덖어 ‘지리산’을 마신다

산청서 산야초茶 만드는 전문희씨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햇살을 먹고 자라는 어린 생명이 있다.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의 새소리와 바람소리까지 흡수하는 생명체는 바로 산야초(山野草)이다. 산야초는 산과 들에서 자라는 온갖 풀과 꽃을 아우르는 말로 야생식물의 잎, 줄기, 뿌리, 꽃, 열매에 들어있는 영양소는 지리산의 정기와 다름이 없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경남 산청에서도 산야초가 가장 청정한 지역은 천왕봉(1915m)이 뒷동산인 시천면 일대. 삼가현(합천)에 살던 남명 조식 선생이 산이 푸르러 산청(山淸), 물이 맑아 수청(水淸), 인심이 좋아 인청(人淸)으로 불리는 산청을 세 번이나 답사한 후 서실인 산천재를 짓고 여생을 보낸 곳이 덕산이다. 여기서 중산리계곡을 향해 시천천을 따라가면 연두색 치마저고리로 단장한 천왕봉 자락의 품속에 안긴다.

산야초를 차와 효소로 개발한 사람은 시천면 동당리에서 지리산건강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희씨. 화려했던 서울 생활을 접고 지리산 자락을 7년이나 떠돌던 그녀가 산청에 안착한 때는 10년 전. 지리산의 긴 겨울이 가고 온 산이 연둣빛으로 물드는 봄이 오면 그녀는 큰 자루를 메고 이 산 저 골을 다람쥐처럼 쏘다니며 새순을 채취한다.

전씨가 채취한 새순은 차와 효소, 그리고 음식의 재료가 된다. 오염원이 없는 해발 700m 이상의 깊은 산속에서 채취한 새순은 매화차, 으름덩굴차, 쑥차, 민들레차, 아카시아꽃차, 찔레꽃차, 백초차로 거듭난다. 그 중에서도 100가지 나무의 새순을 따서 만드는 백초차(百草茶)는 전씨가 개발한 덖음차로 그녀의 철학과 고집으로 덖은 지리산의 혼이다.

백초차의 재료는 가시오갈피나무 산복숭아나무 소나무 산뽕나무 두충나무 고로쇠나무 다래 으름덩굴 칡 찔레 인동초 복분자 하수오 두릅 등 널리 알려진 나무의 새순. 심지어 독초도 어린 새순일 때는 독이 없다는 전씨는 이름 모르는 나무라도 새순은 무엇이든 백초차의 재료가 된다고 한다. 3월부터 채취한 새순은 우전차처럼 아홉 번 덖어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 6월이 오면 전부 섞어 백초차를 만든다.

잘 덖은 백초차는 우려냈을 때 산야초 본래의 색깔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처음 마셨을 때는 약간 텁텁한 맛이 나지만 오랫동안 음미하면 달싹한 것 같기도 하고 쌉쌀한 것 같기도 한 독특한 맛이 입안 가득 그윽하게 퍼진다. 100가지의 맛이 한데 버무려진 백초차의 맛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지리산의 맛이라고나 할까.

전씨가 산야초를 채취하기 위해 주로 다니는 시천면의 산속은 요즘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양지꽃 금낭화 산괴불주머니 졸방제비꽃 광대수염 민들레 솜방망이 등이 피고 지는 숲속은 천상의 화원. 대나무 신록이 연두색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산등성이 뒤로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천왕봉의 능선이 넉넉한 품으로 천하를 보듬고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산야초의 고장 시천은 천왕봉에 오르는 최단코스인 중산리계곡의 출발점으로 주차장 한쪽에는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歸天)’이 화강암 바위에 새겨져 있다. 생전에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지리산 자락을 거닐고 싶어 했다는 고인의 뜻을 받들어 후학들이 세운 것이다. 천상병 시인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지리산 자락이 ‘계절의 여왕’ 오월을 맞아 ‘소풍’ 준비를 끝냈다.

산청=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