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전도사’ 박재갑 교수 “담배는 팔아서는 안되는 毒… 국가가 국민기본권 침해”

“매년 전 세계적으로 600만명, 우리 국민 5만명 이상이 흡연에 의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사람을 이렇게 많이 죽이는 아이템이 또 있습니까. 담배는 팔아서는 안 되는 독극물, 마약입니다.”

금연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박재갑(65·사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담배나 흡연 얘기를 꺼낼 땐 늘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그래서 ‘과격한 금연주의자’로 불린다. 그런 그가 담배 제조·판매 금지를 위한 담배사업법 위헌 투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박 교수는 폐암 환자, 임신부, 미성년자 등 8명과 함께 지난해 1월 담배사업법 위헌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 전문가이자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돕고 있다. 현재 헌재 전원재판부에서 이 사안의 심리를 진행 중이다. 담배 유해성 관련 소송은 그간 국내외에 많이 있었지만 헌법소원은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어 국내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도 주목하고 있다. 2000년초부터 담배 제조·판매 금지 운동을 펼쳐 온 박 교수는 지난 17·18대 국회에 관련 법의 입법청원을 했으나 두 차례 모두 무산되자 담배사업법의 위헌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박 교수는 24일 “국내외 관심사인 만큼 헌재가 올해 안에 본격적인 변론과 심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헌법소원을 낸 폐암 환자 2명 중 한 명은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났다. 담배사업법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이 하루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담배로 인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배가 인체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은 국가기관도 인정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은 담배를 청소년 유해 약물로 규정하고 있고, 정부도 2003년 “담배 유해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도 2011년 2월 관련 소송에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박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담배사업법으로 담배의 제조·판매·수입을 허가·보장하고 있는 현실은 국가 스스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보건권, 행복추구권, 생명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2004년 8월 결정에서 담배 피우지 않을 권리(혐연권)를 담배 피울 권리(흡연권)보다 상위 기본권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박 교수는 25일 서울대병원 삼성암연구동에서 자신이 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국담배제조·매매금지추진운동본부 주최로 담배사업법 위헌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석연 변호사도 토론회에서 담배사업법의 위헌성을 주장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2011년 9월 국립중앙의료원장을 그만둔 후 서울대병원에서 환자 진료와 수술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2주에 3차례는 금연과 암 예방 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둔 박 교수는 퇴임 후 국립암센터 초빙의로 암 환자들과 계속 만날 계획이다. 그는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을 맡아 병원 전 지역 금연구역화를 추진하는 등 국내 금연 열풍을 이끌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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