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간호사의 세계] 야근·힘든 일 척척… 병원들 ‘러브콜’ 경쟁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은 더 이상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금녀(禁女)의 구역’이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올 초 치러진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남자 1019명이 합격해 남자 간호사 배출 연 1000명 시대가 열렸다. 1962년 첫 남자 간호사가 나온 지 반세기 만의 일이다.

19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남자 간호사 수는 6202명.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 30만8620명 가운데 2.0%에 불과하지만 최근 5년(2009∼2013년) 동안 남자 간호사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시기에 면허를 취득한 남자 간호사는 4074명으로 전체 남자 간호사의 65.7%에 해당한다. 올해 간호 국시 전체 합격자 1만2987명 중 남자가 차지한 비율은 8%. 2004년 1%에서 2008년 4%, 2010년 5.4%, 2011년 6.7% 그리고 지난해 7.8%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간호대학에 입학하는 남학생도 매년 늘고 있다. 전국 간호대 재학생 중 남학생은 2000년 662명(1.8%)에서 2012년 8500여명(14%)으로 급증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도 지난해 8명, 올해 8명의 남자사관생을 뽑았다.

남자 간호사와 지망생이 느는 것은 다른 분야에 비해 취업이 쉽고 대우가 좋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건국대병원 우진하 수술간호팀장은 “취업난을 지켜보면서 초봉 3000만∼3500만원 수준의 대우가 보장되는 간호사의 길을 많이 택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희귀한 존재, 호기심의 대상’으로 봤던 예전과 달리 ‘당당한 전문직’이라는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삼육대 신성례 간호학과장은 “얼마전까지 ‘여성스럽고 곱상한 남학생’들이 주로 많이 들어왔는데, 요즘은 일반 남학생뿐 아니라 법학, 경영학을 전공한 고학력 스펙을 가진 이들도 많이 편입해 들어온다”고 전했다.

의료기관들도 남자 간호사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부담에서 자유롭고 체력이 좋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다. 남자 간호사용 탈의실이나 유니폼을 별도로 마련해 주는 곳들도 늘고 있다. 남자 간호사들은 주로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등 특수 파트에서 일했지만 최근엔 일반 병동에 배치되는 사례도 많다.

동료 여성 간호사나 환자들의 평판도 좋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병동 주정혜 파트장은 “현재 3명의 남자 간호사가 있는데, 모두 잘 적응하면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강점을 갖는 남자 간호사들 덕분에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계 일반병동의 5년차 이종민(30) 간호사는 2011년 고객 칭찬 우수 직원으로 뽑혔다. 이 간호사는 “젊은 여성들이 간혹 꺼리기도 하지만 어르신들은 아들 같이 믿고 잘 대해준다”며 웃었다.

글·사진=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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