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를 위한 알기쉬운 신학강좌-4. 예수 그리스도:메시아] ③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는 현재 삶에도 임한다

예수님을 믿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대답이 가능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는 ‘천당’에 가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소망 중에 ‘천당’을 빼놓을 수 없다. 천당은 많은 것을 함유한 단어이다. 하지만 요즘은 천당보다 ‘하나님의 나라’를 많이 사용한다. 천당이라는 용어는 성경적 근거가 약한 반면,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에게 굳게 정초되어 있다. 오늘은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의 나라의 특징을 세 가지로 보려 한다.

미래이며 현재

기독교 전통에서 오랫동안 하나님의 나라는 사후에 가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나님의 나라가 ‘미래’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성경 연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에 ‘현재적’ 요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에 대한 발견은 대단한 것이었다. 죽어서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하나님의 나라’를 현재에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하나님의 나라의 ‘현재성’에 대한 발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적 근거다. 아무리 좋은 사상도 성경에 근거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이 어떤 성경적 근거가 있는지를 잠시라도 보는 것이 좋겠다.

학자들이 현재성을 주장할 때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예수님의 귀신축출은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실현이다(눅 11:20). 둘째,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암시하는 비유들이 있다. 이는 감춰진 보화와 값진 진주(마 13:44-46), 망대 세우는 자와 임금(눅 14:28-32), 무화과나무(막 13:28) 등이다. 셋째, 예수님이 자신의 사역을 구약의 예언이나 종말론적인 비유와 연관시키고 있다. 즉 자신의 사역을 통해 구약의 약속이나 종말이 이제 실현되고 있다는 암시가 나타난다(눅 4:16-21, 마 11:2-6, 마 9:36-37, 눅 10:1-16). 넷째, 예수님의 가르침이 율법을 대신해 최종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다(마 5:17, 마 19:3-19 등).

즉 예수님의 선포에 따르면 하나님의 나라는 죽어서만 가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현재적’으로도 임한다. 놀라운 일이다. 물론 하나님 나라의 완성은 종말론적인 미래로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도 부분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죽음 이후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도 대단히 중요하다.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의 나라에서 ‘나라’라는 말이 어떤 국가나 장소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하나님의 나라를 은유적으로 국가나 장소처럼 사용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단순한 ‘공간’이나 ‘장소’가 아니다. 복음서에서 ‘나라’는 바실레이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바실레이아는 장소보다는 ‘왕적인 통치’(kingly reign)를 의미한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에 의한 왕적인 통치, 혹은 왕적인 지배를 말한다.

물론 때에 따라 하나님의 나라가 장소적인 느낌을 줄 수는 있다. 하나님의 왕적인 통치가 미치는 ‘영역’ 혹은 ‘공간’이라고 한다면 무리는 없다. 이 경우에도 하나님의 왕적인 지배가 미치는 모든 곳이라는 의미에서, 하나님의 지배에 무게가 간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통치가 미치는 모든 곳이 하나님의 나라다. 하나님의 완전한 지배의 상태이고 그 영역이다.

그렇기에 어떤 장소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 어떤 공간에 들어간다고 해서 하나님의 나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 교제 속에 있는 것, 혹은 하나님의 지배 아래 있는 상태가 하나님의 나라다.

성경구절을 하나 보자.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 12:28) 귀신이 어떤 사람을 지배하면 그 사람은 어둠의 힘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하나님의 지배가 그 사람에게 임하면, 어둠의 힘은 물러간다. 그 순간 하나님의 통치가 그 사람에게 임하는 것이다. 이 상태를 ‘하나님의 나라’라고 말 할 수 있다.

삶의 한 가운데

예수님이 가르친 하나님 나라의 성격은 복합적이다. 하나님의 은총, 기쁨, 의외성, 놀라움, 구원, 축복, 평화 등 다양하다. 오늘 강좌에서는 하나님 나라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 하나를 보겠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영적’인 어떤 것으로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하나님의 나라에는 물질적이고 공동체적인 요소가 있다. 물론 하나님의 나라에는 영적이고, 이 세상을 넘어서는 초월적 성격도 있다. 그러나 이 세상 속에서 체험되는 물질적 측면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잔치의 비유를 통해 말씀하셨다. 또 예수님은 소외된 자들과 함께 먹고 마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거룩한 천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먹고 마시며 나누는 것에서 실현된다. 때로는 소외되고 약한 자와 함께 울고,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고, 위로하고, 억울한 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죄인과 함께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체험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상을 떠나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삶 속에서 임한다.

지금까지 본 세 가지 특징을 보면 하나님의 나라는 멀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지배 속으로 들어갈 때 우리는 이 세상에서 현재적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체험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의 일상의 삶 속에서 임한다. 예수님의 정신을 따르고, 그의 이름으로 작은 소자 한 명을 위해 우리의 삶을 헌신할 때, 하나님의 나라는 지금도 임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공허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나 임했던 지나간 사건이 아니다. 또한 미래에 다가올 초월적인 것만도 아니다. 천국은 현재 하나님과 함께할 때, 이 지상에서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김동건 교수 <영남신대 조직신학, 저자연락은 페이스북 facebook.com/dkkim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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