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음식외교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주도한 팽덕회는 평생을 전장에서 산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모택동의 측근으로 30세 때 공산당에 입당해 장개석 군대는 물론 일본군과도 싸워 패전한 적이 별로 없었다. 말년에 그렇게 믿었던 모택동에게 버림받아 쓸쓸하게 생을 마친 팽덕회가 가장 싫어한 사람이 바로 프랑스 유학파인 주은래 전 총리였다. 동갑이었지만 팽덕회는 학력이 미미했기 때문이었다.
영리하면서도 치밀한 주은래는 결코 남보다 앞장서는 법 없이 평생을 2인자로 만족하며 해피하게 생을 마쳤다. 노정객 JP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지만 조용히 자신의 일을 찾은 실리형이었다.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미·중 수교 협상에서 그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와 협상을 벌일 때 주은래는 오찬회동을 제안했다. 닉슨의 중국 방문 형식을 놓고 양측이 한 치의 양보 없이 기싸움을 벌이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오찬에 나온 요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명한 베이징 덕이었다. 키신저 옆자리에 앉은 그는 중국 특유의 긴 젓가락으로 밀전병에 오리고기를 싸주며 음식의 역사와 먹는 법 등을 설명했다.
이 요리의 매력은 기름지면서 바삭하게 구워진 오리껍데기에 있다. 그대로 먹거나 생파나 오이와 함께 싸 먹으면 천하일미다. 젓가락질이 서툰 키신저가 대국의 총리가 싸준 오리고기를 먹으며 마음이 풀어진 것은 불문가지. 이후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역사적인 미·중 수교의 디딤돌이 됐다. 주은래는 국빈 오찬이나 만찬 때는 항상 미리 면으로 요기를 한 뒤 실제 연회장에서는 먹는 시늉만 하며 손님을 챙기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인구에 비해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던 중국 사람들은 예부터 유달리 음식을 밝혔다. 삼국지에도 영웅호걸들이 만날 때마다 밥과 술을 먹는 이야기가 곳곳에 등장한다. 조조는 아예 이런 시도 썼다. 산불염고 수불염심 주공토포 천하귀심(山不厭高 水不厭深 周公吐哺 天下歸心·산과 물은 높은 것과 깊은 것을 싫어하지 않고, 주공은 먹던 밥을 토하고 훌륭한 선비를 만나 천하의 인심을 얻었다네).
고도(古都)인 서울과 평양에는 이름난 음식이 많다. 설렁탕과 평양냉면 등등.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남북의 지도자들도 적당한 곳에 모여 밥이나 먹으면서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할 수는 없을까.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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