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출혈경쟁 카드시장 왜 뛰어들었나

카드 시장은 포화상태다. 카드사가 지난해 상반기에 쓴 마케팅 비용은 2조5000억원으로 수익 대비 30.1%에 이를 정도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해 뜰 날이 보이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상황이 나쁜데도 우리카드는 지난 1일 우리은행에서 분사해 대대적인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우리카드는 어떤 생각으로 카드시장에 뛰어들었을까.

국민일보가 12일 확보한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신용카드사 마케팅 전략 분석’ 보고서에는 우리카드가 분사라는 모험을 선택한 이유가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시장 공략의 열쇠를 ‘서비스 세분화’로 보고 있다. 서비스를 세분화해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벤치마킹 대상은 ‘현대카드의 성공신화’다. 현대카드는 2001년 1.6%의 낮은 시장점유율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시장점유율 12.3%의 카드업계 공룡으로 성장했다. 반면 우리카드는 ‘V카드’ 출시 직후인 2008년 시장점유율 8.1%를 차지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7.3%까지 떨어졌다.

현대카드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서비스 세분화 마케팅’이었다. 현대카드는 ‘소득수준’과 ‘생활형식’을 축으로 다양한 카드를 출시해 폭넓은 고객층을 끌어들였다.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주로 쓰는 ‘M카드’, 초우량고객(VIP)을 위한 ‘블랙’ ‘퍼플’이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우리카드는 은행 창구영업에 의존하느라 고객층이 좁았다. 카드도 ‘V카드’ 외에는 눈길을 끄는 상품이 없었다. 이 때문에 우리카드에는 VIP고객이 매우 드물었다. 여기에다 대표상품인 ‘V카드’만의 특징도,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도 없다.

분사한 우리카드는 이런 단점 극복을 위해 은행 대출고객에 주목한다. 우리은행에 대출이 있으면서 신용등급이 좋은 고객을 붙잡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우리카드의 VIP고객이 될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이들을 유인하는 방법으로 ‘선포인트 제도’를 꼽았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 대출금 중 일부(최대 50만원)를 카드 포인트로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또 우리카드는 ‘V카드’를 유지한 채 쇼핑·외식, 여가, 교육, 금융, 포인트 등 5개 분야로 나뉜 새 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카드의 ‘숫자카드’나 농협카드의 ‘채움카드’처럼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모든 고객층을 만족시킬 계획이다. 고객이 직접 자신이 쓸 카드에 자신이 원하는 부가서비스를 골라 담는 ‘원카드’ 출시 전략도 세웠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카드사 사이의 경쟁은 고객에게 긍정적”이라며 “고객에게 꼭 필요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카드시장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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