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다음세대를 세우자] 공의와 사랑의 ‘성경적 사회’를 향한 교육

권력지닌 자 보다 약자 돌보는 성경적 인재 육성해야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에는 미국은 어떤 종교도 국교로 삼을 수 없다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명시돼 있다. 사람들은 1787년에 제정된 이 연방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흔히 미국의 세속화 속에서 답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 속에는 역사적 교훈이 바탕이 된 하나님의 뜻이 숨어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태생이 기독교 국가이면서도, 그 이전의 기독교 국가와는 큰 차이가 있는 나라다. 미국은 수천년 동안 진행돼온 교회와 국가 간의 시행착오적 전통을 극복하려고 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특정한 종교를 강요하는 강제적 체제가 국가 정치의 기본이 될 때 사회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전의 모든 기독교 국가들이 증명해 왔다. 그래서 미국은 특별히 헌법에서는 정교분리 원칙을 천명하는 한편 법이라는 물리적 힘이 아닌 사회적인 합의 속에서 기독교적 정신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새로운 전통을 수립하게 된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 ‘국가’란 단순히 계약적인 것이다. 미국 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한 토머스 페인이 1776년 쓴 ‘상식(Common Sense)’에 나와 있는 한 구절을 보자.

“사회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 생겨나지만 정부는 우리의 사악함에 의해 생겨난다. 전자는 우리의 애정을 결합시킴으로써 ‘적극적으로’ 행복을 증진시키지만 후자는 우리의 악한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소극적으로’ 행복을 증진시킨다.”

사회와 국가는 서로 구분될 수 있고 당연히 구분돼야 한다. 국가는 계약에 의한 권력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사회는 구성원들의 자연스러운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다면 정부는 전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범죄를 저지르고 누군가는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그리고 누군가는 다른 이의 영토를 침범한다. 그래서 정부가 필수적인 것이 되고 사회계약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유럽의 기독교 국가들은 국가의 통제 아래 사회적 시스템이 억압당했던 전통을 지니고 있고, 그런 전통의 가장 두드러진 원인이 종교에 있었다. 이런 경직성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부작용을 일으켜 종교전쟁과 마녀사냥과 2차 세계대전의 학살을 낳았다. 유럽은 이런 경직성을 ‘다원주의’로 극복하려 했고, 미국은 그것과 더불어 국가적 강압성과 사회적 전통을 분리시킴으로써 극복하려 한 것이다. 유럽의 교회들이 모두 시들어 갈 때 그나마 미국이 오늘까지 신앙적 전통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이지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메시아인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하나님의 나라는 이제 예수님의 재림으로 완성될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초림과 재림 사이에서 하나님의 나라에 부름을 받았고 그 완성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음이 전파되고 회심의 역사가 일어나야 하며,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요한복음 11장을 보면 예수님은 베다니에서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다. 이 소문이 번지자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에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공회를 모으고 이르되 이 사람이 많은 표적을 행하니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 만일 그를 이대로 두면 모든 사람이 그를 믿을 것이요 그리고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 땅과 민족을 빼앗아 가리라 하니.”(요 11:47∼48)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 땅과 민족을 빼앗아 가리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당시 유대 지도자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시했는지 이 말에서 나타난다. 로마는 기본적으로 점령지의 전통과 종교를 허용하는 관용정책을 썼고,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은 이런 정책에 따라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이 정치적 지도자가 돼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을 모아 당시 유대인들이 기대했던 ‘다윗의 왕국’을 재현할 메시아로 등장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로마와 정치적·군사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로마와의 싸움은 패배가 자명했기 때문에 전쟁을 막고 민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들은 모든 해석을 너무 ‘정치적’으로 했다. 예수님은 한번도 정치적 발언이나 정치적 행동을 하신 적이 없었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인간적인 기대감과 지도자들의 정치적 입장이 예수님의 사역을 정치적인 것으로 만들고 말았다.

오늘날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하나님 안에서 영적인 흐름을 이야기하고 역사를 말씀으로 해석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 속에서 말씀을 받아들이고 돌을 던진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성도들과 함께 이 땅이 하나님의 나라가 되기를 기도하며 부르짖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에 대한 해석을 국가 구조와 정치체계로 연결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기독교인들에 의한 수많은 사회 참여가 일어나야 한다. 때때로 크리스천이 권력 구조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 ‘성경적 사회’여야 한다. 크리스천은 권력 구조를 장악하려는 노력보다 하나님의 뜻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헌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과거 유럽의 기독교 국가들이 시행착오를 겪은 교훈들을 토대로 새로운 기독교 사회에 대한 창의적 접근을 했기에 지난 세기 동안 세계 역사와 선교 역사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자.

우리는 이제 유럽의 시행착오와 더불어 미국의 신앙적 전통이 쇠퇴하기까지의 과정을 우리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이 같은 토대 위에서 새로운 사회상을 제시하고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과 기도가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한국의 교회에는 미래가 없다. 우리에게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그러나 그 전통 속에서 우리가 꿈꾸는 것이 과거에 흘러간 서구 사회의 시행착오의 잔류물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힘을 통해 복음을 확산시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사회적 기능이 복음에 우호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노력의 바탕에서 복음이 전해져야 한다.

교회는 권력을 지닐 때 타락했고, 핍박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때 부흥했다. 정치적 기득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성경의 원리가 지배하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다음 세대를 교육하면서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역시 기독교 조직의 확장이 아닌, 성경적 원리로 자라난 인재들에 의한 사회의 변화다. 교회 안에서만 활동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고 세상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라이즈업무브먼트의 실제적인 방법론과 사례는 다음 칼럼에 이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부흥이 무엇인가? 교인 수의 양적 확장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사랑의 원리가 성도들의 삶을 통해 사회에 흐르는 것이 진정한 부흥이다. 하나님께서 이러한 지향점을 가지고 가르치는 기성세대와 그런 교육에 의해 자라난 다음 세대를 통해 진정한 부흥을 주시기를 소망한다.

이동현 대표 <라이즈업무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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