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살림, 우리 집에 와서 명품 됐어요

Է:2013-04-02 17:26
:2013-04-0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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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살림, 우리 집에 와서 명품 됐어요

오래 된 물건과 사랑에 빠진 주부 이정란씨

“봄맞이 집 단장을 계획하고 있다면 벽지를 한지로 발라보세요. 은은함이 정겹고, 몸에도 좋습니다.”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던 지난 금요일, 서울 갈현동 주택가에 자리한 빌라 3층. ‘강북의 로데오거리’라는 연신내의 소란스러움이 아직 귀에 남아 있는데 집에 들어서자 아늑했다. 집주인 이정란(38)씨는 한지 벽지 덕분이라고 했다. 이씨는 한지를 벽지로 바른 것은 차선책이었는데 그 효과는 최상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친환경벽지를 바르려고 했으나 값이 만만치 않아 고민하던 이씨는 문득 어린 시절 문풍지 바르던 기억이 떠올라 한지를 알아보게 됐다고.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방온 방풍 효과가 뛰어난 한지를 문과 바닥에 발랐잖아요.”

이씨는 한지는 통기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날씨가 건조할 때는 수분을 내뿜고, 습할 때는 수분을 머금는 자동습도조절기능에 냄새제거 기능까지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천연재료라 좋다고 한지 자랑이 늘어졌다. 게다가 한지로 도배를 하면 밀가루 풀로 발라 화학도배풀로 인한 새집증후군은 걱정할 필요도 없단다. 거실과 안방은 풀잎이 드문드문 박혀 있는 것으로, 딸 방은 핑크색 한지로 도배를 했다. 요즘 한지는 색상은 물론 무늬도 다양하다.

‘깊은 멋은 세월과 함께 빛을 발한다’고 주장하는 그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첫 번째 아이템으로 한지벽지를 소개했다. 그는 또 차나 커피를 좋아한다면 전기포트 대신 오지약탕기를 써보라고 했다. 물을 ‘폴폴’ 끓여 쪼르륵 부을 때 느껴지는 손맛이 스테인리스 전기포트와는 비할 바가 아니란다. 또, 감잎차, 대추차 등 재료를 넣고 오래 끓여야 제 맛이 나는 차를 끓이는 데는 이것을 따라갈 것이 없다고 했다. 오지약탕기에 꽃이나 숯을 담아 인테리어용으로 써도 멋스럽단다. 그가 쓰는 오지 약탕기는 할머니가 쓰시던 것이라고 했다. 그의 살림살이에는 할머니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과일이나 쌀을 담거나 아기버선 복주머니 등 장식용품을 담아 장식해놓기도 하는 나무함지박은 할머니가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다.

“옛날 물건이 더욱 좋은 것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함지박 같은 것을 쓸 때마다 열 살, 네 살 두 딸에게 증조할머니, 할머니 얘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이씨가 이처럼 오래 된 물건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서른을 앞둔 즈음이었다. 부질없이 흘러간 청춘에 대한 아쉬움이 찾아들 때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가 떠올랐고, 할머니의 살림살이에 눈길을 주게 됐다. 당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생활협동조합 운동을 하던 그는 “옛날 물건들이 의외로 친환경적이어서 더욱 끌렸던 것 같다”고 했다.

“손때가 묻으면 생활의 향기도 짙어집니다. 너무 새것만 찾지 마세요. 한 가지로 서너 가지의 기능을 해내는 우리네 옛 살림살이는 요즘 뜨는 ‘하이브리드’의 원형입니다.”

그는 “아이들 간식 줄 때 바가지에 담아 주면서 대보름날 밥 비벼 먹던 엄마의 어린시절 얘기도 곁들여 줘보라”고 했다. 또 옻칠목기는 어린아이 키우는 집에선 필수품이라고 추천했다. 입에 넣고 빨아도 해가 되지 않고, 던지거나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고, 살균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오래 된 물건을 아끼게 된 뒤에는 친정에 갈 때마다 “안아올 것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린다는 그는 거리에 버려진 것들이나 재활용가게 물건도 예사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방을 고풍스럽게 꾸며 준 사방탁자는 길에서 주워 온 것이고, 자질구레한 물건을 넣어두고 있는 함세트는 녹색가게에서 5000원에 사왔다고 자랑한다.

그는 생활 속에서 옛날 물건들을 쓰는 재미를 담아 3월말에 책도 냈다. ‘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골동품이 내게로 와 명품이 되었다’는 부제가 더 멋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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