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노숙인 근심까지 잘라드려요”… ‘한국기독교드림선교회’ 서울 종로3가 지하철역 이·미용 봉사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3가 지하철 역사 안. 노인과 노숙인 등 150여명이 머리를 깎기 위해 길게 줄을 지어 섰다. 잠시 후 노인들끼리 머리를 먼저 깎으려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미용 봉사를 받은 이들은 거울을 보며 이내 밝은 미소를 지었다.

머리를 깔끔하게 손질한 한 노인은 취재하는 기자를 발견하고 “기자 양반, 이 사람들 참 좋은 사람들이야. 난 여기서 늘 머리를 손질해. 배고픈 노인들에게 빵과 음료수도 주고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라며 봉사자들을 끊임없이 칭찬했다.

노인들은 차례를 기다리면서 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대추차와 과자 등으로 요기를 하고 있었다. 봉사가 진행되기 조금 전에는 항상 있는 예배가 드려졌다. 30여분간 회원들의 기도와 우렁찬 찬양소리는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이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주관하는 단체는 ‘한국기독교드림선교회’(Korea Dream Mission Team)다. 서울 숭인2동에 위치, 매주 월요일 이곳을 찾아 이·미용 봉사와 먹거리를 제공하는 일을 6년째 하고 있다. 매주 100∼150명, 지금까지 2만5000여명에게 예수사랑을 실천한 셈이다.

이 단체의 출발은 2008년 9월 실무회장 장동석(71·경기도 안산 아름다운교회·건설업) 장로가 종로3가역 주위에서 배고픔에 졸고 있는 노인들을 우연히 발견하면서부터다. 장 장로는 이후 강남에서 이름난 미용사였던 아내와 학교후배인 대표회장 박종철(67·경기도 파주 월롱교회) 목사 등과 함께 지하철 종로 3가역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현재 회원 80여명 중 목회자만 50여명에 달한다. 목회자들은 봉사는 물론 기도와 설교, 사회, 안내까지 맡고 있다. 설교는 주로 예수사랑과 천국소망을 불어넣어 주는 내용이다. 노인들이 예수님을 알게 돼 변화되는 것이 회원들의 가장 큰 보람이다.

처음엔 운영이 쉽지 않았다. 예배 중에 “서론이 길다” “빨리 끝내라”는 등 불만이 터져 나오곤 했다. 술을 먹고 시비를 거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질서가 잡혔다. 불평을 하는 이들보다 “아멘”으로 화답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한두 달에 한 번 열리는 인근 교회에서의 예배와 경로잔치를 통해 교회에 처음 출석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자신도 나눔의 인생을 살겠다며 자원봉사를 하려는 이들도 등장했다.

순수 섬김 단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교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선교회는 경로잔치 때 도시락과 함께 발마사지 크림이나 로션 등 노인들이 좋아할 만한 작은 선물을 나눠준다.

재정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꿋꿋이 사역하는 이 단체에는 작은 소망이 있다. 종로 노인들과 예배를 드리고 취미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종철 대표회장은 “앞으로도 계속 소외 노인들을 돌보고 봉사와 선교, 나눔을 통한 영혼 구원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cafe.naver.com/kdmt).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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