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여교역자 차별 심하다… 월 사례비 최저임금도 안되고, 업무 배정때도 불이익

국내 여교역자의 약 48%는 월 사례비가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절반 이상이 성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총대 할당제 등을 통해 여교역자들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예장통합 소속 전국여교역자연합회((회장 임숙재 목사)는 1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에서 ‘2013 여교역자 실태조사’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4개월간 교회 담임목사 및 전도사, 부교역자, 기관 사역자 등으로 활동 중인 예장통합 교단 소속 여교역자 39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첫 번째 조사를 실시한 1988년 이래 1992년과 2002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성차별 경험 여부와 관련, 응답자 중 56.5%는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사례비 및 처우에 대한 차별’(34.5%)이 가장 많았다. 업무배정 차별(33.8%)과 각종 모임배제(10.1%), 공개채용 시 여성 배제(9.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여교역자들이 받는 월 사례비 경우 100만원 미만이 47.6%에 달했다. 우리나라 올해 최저임금(하루 8시간 근로 기준)은 월 101만5740원이다. 전국여교역자연합회 김혜숙 사무총장은 “여교역자들의 열악한 처우는 통합교단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 교단 교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농어촌 미자립 교회는 물론 도시의 대형 교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표적 대형 교회인 서울 A교회에서도 1년차 여성 전도사 사례비는 120만원 선이다.

여교역자의 무보수 비율(15.4%)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1988년 2.9%에서 1992년 3.2%, 2002년 10% 등 조사 때마다 큰 폭으로 증가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여교역자들은 사역 현장에서 마주치는 각종 차별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법을 찾고 있을까. ‘영성훈련이나 교육 같은 개인적 노력’(32.6%)이나 ‘참고 기도한다’(22.5%) 등 ’나홀로‘ 해결책을 찾고 있는 이가 절반을 넘었다. ‘목회자와 대화’(21.2%)나 ‘담임목사와 개인적인 상담’(12.0%) 등을 통해 해결하는 이는 셋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 밖에 여교역자들은 목회현장에서 겪는 가장 힘든 문제로 ‘담임·동료 목회자나 사모, 교인들과 갈등’(19%)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목회방향(14.4%), 과중한 업무(9.9%), 낮은 사례비(6.6%) 등이 뒤를 이었다.

여교역자들은 가장 필요로 하는 교육으로는 영성훈련(40.8%)과 ‘성경연구 및 설교’(29.9%), ‘상담 및 관계훈련’(7.8%) 등을 꼽았다. 교회 내 여성 목회자들의 영향력을 향상할 수 있는 정책으로는 ‘여성 총대 30% 할당제’(35.2%)와 ‘여성 총대 보내기운동’(30.6%) 등이 제시됐다.

장로회신학대 김은혜(기독교와문화) 교수는 “예장통합에서 안수를 받은 여성 목회자는 2002년 306명에서 지난해 말 1524명으로 5배 넘게 증가했지만 양적 성장이 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여성 목회자와 여성 평신도 등 교회여성들 간의 연대와 조직적 지원 등 다양한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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