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창조경제도 결국 내수 확대라야
“대외의존적이고 대기업 중심으로 요약되는 낡은 틀로부터의 결별이 시작됐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는 제목이 좀 어색하다. 소설 제목에는 주제어를 담거나 주인공 이름을 내세우는 게 보통인데 삼총사는 조연이고 주인공은 달타냥이 아닌가. 제목을 ‘달타냥전(傳)’으로 달거나 달타냥을 포함한 ‘사총사’라고 하지 않고 조연들만 앞세운 까닭은 무엇일까.
답을 찾기에 앞서 최근 떠들썩한 일본경제, 아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름을 따다 붙인 ‘아베노믹스(아베의 경제정책)’에 대해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아베노믹스는 흔히 대대적인 금융완화, 즉 통화를 살포해 인플레와 엔저(低)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부채규모를 낮출 재정정책과 민간투자를 통한 성장전략(구조개혁정책)이 더 있다. 올 1월 7일 열린 재계 신년파티에서 아베 총리가 금융·재정·성장정책을 경제정책의 세 축이라고 직접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도 아베노믹스가 금융완화정책으로만 비치는 것은 엔저 가속화, 주가 상승 등 경제지표상의 변화가 동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시라카와(白川) 일본은행 총재가 임기만료로 물러나고 아베 총리의 입맛에 맞는 구로다(黑田) 신임 총재가 취임한 것도 그리 보이는 한 원인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아베노믹스의 궁극적인 목표인 일본경제의 체질변화(regime change), 즉 지난 20년 동안 계속돼온 디플레 체질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엊그제 서울에서 만난 다마키 노부스케(玉木伸介) 일본 오쓰마(大妻)대 교수도 적잖이 회의적이었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도 오른다’는 흔한 사실을 일본인들은 지난 2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다만 다마키 교수는 양적완화라는 금융정책보다 실물경제 활성화를 통한 변화를 경제주체 모두가 실감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양적완화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성장마인드의 회복, 오랜 디플레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를 통한 엔저 유도는 사태 반전을 위한 재료 중 하나였다. 삼총사가 주인공 달타냥을 부각시키기 위한 조연이었던 것처럼.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경제정책당국의 진용이 겨우 갖춰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취임사에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재정지출구조 혁신, 맞춤형 고용·복지, 경제활성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창조경제가 각별히 강조된 것은 새 정부의 특징인 미래창조과학부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한다.
창조경제에 대해 새 정부의 창조경제 설계자라는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두뇌를 활용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현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융합형·선도형 경제’라고 했다. 둘 다 막연하다. “지금까지의 추격·모방형 경제에서 탈피해 선도·창의형 경제로 나가자”는 윤 차관의 취임사도 지극히 원칙적이다.
창조경제란 말은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의 2002년 동명저서에서 비롯된 것인데 사실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업계를 리드해온 기업들이 갖춘 공통점은 발상 전환, 고부가가치 추구, 혁신 등 한마디로 창의·창조력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추진능력을 가미하면 이게 바로 블루오션이고 창조경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것’으로 창조경제를 이해한다면 중심은 ‘다른 방식’일까, ‘성장 추구’일까. 국민의 사회경제적 행복을 우선시한다면 ‘다른 방식’보다 ‘지속적인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맞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장’이라면 창조경제는 대기업 주도의 대외 의존적 틀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내수 중심의 성장을 꿈꾸는 것이다.
삼총사식(式)으로 보자면 창조경제는 중소기업·내수의 중요성을 드러내기 위한 새 정부의 이미지 전환의 표현이고 실무적인 장치로 해석된다. 새 정부가 낡은 틀로부터의 결별선언을 시작한 셈인데 수사(修辭)를 앞세우는 것은 그만큼 창조적 상상력을 중시하기 때문일까. 창조, 참 쉽지 않다.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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