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상호주의의 위험

상호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 간에 등가(等價)인 것을 교환하거나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주의로 외교의 기본적인 원리의 하나’로 되어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철저한 상호주의였습니다. 금강산 관광객이 피격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단절했고, 천안함 피격 사건에는 5·24조치를 통해 대북 강경조치를 취했습니다. 북이 핵을 포기해야 식량지원도 할 수 있다면서 모든 민간교류까지 거의 단절하다시피 했습니다.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고 대북사업을 하던 민간 기업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호주의 원칙이 국가의 자존심을 세우고 원리원칙을 지킨다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는 결코 유익이 된 것 같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아니지만 필자가 참여하는 대북지원 사역을 통해서도 그런 점을 매우 심각하게 느꼈습니다. 따라서 상호주의에 대한 평가가 이미 확실하게 나온 것이라 판단됩니다.

성경적으로는 어떨까요. 산상설교를 읽어보면 그리스도인은 상호주의자여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절대적이고 일방적인 선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상호주의를 배격하셨습니다. 오히려 악한 자가 오른 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 주라고 하셨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선행의 절대주의입니다. 인사하는 자에게만 인사하는 것은 상대적이지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닙니다. 이 절대주의는 계속 손해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도 하지만 주님의 가르침은 결국 원수를 변화시키고 그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나와 공동체 모두에게 유익인 결과를 얻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정책에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자격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단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라도 이 산상설교의 원칙을 지켜 가면 좋겠습니다. 상대를 가려가면서 상대의 행동 변화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아닌 절대적 선을 유지하는 사람이 세상을 훨씬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것은 주님에 대한 믿음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은 주님이 주관하시기에 절대적 선을 유지하면 반드시 그것이 열매를 맺을 것이고 그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게 하실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런 개인적 자세가 국가적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다행스러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최근 관광객의 신변 안전 보장만 된다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서 매우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정도 상호주의에서 벗어나는 듯해서 남북관계 개선에 희망적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산정현교회>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