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방열] ‘리모델링’이 살 길이다

Է:2013-03-25 20:07
ϱ
ũ
[여의도포럼-방열] ‘리모델링’이 살 길이다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누구나 끊임없는 재교육으로 자기혁신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자농구가 한때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1960∼80년대에는 박신자, 박찬숙이라는 걸출한 센터가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이나 유럽의 체력과 신장, 개인적·국가적 노하우, 그리고 고도의 기술이 모두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따라서 서구 농구를 이기려면 그들의 신장이 작아지기를 바라거나 그들의 체력이 떨어질 것을 바랄 게 아니라 우리 선수들의 체형을 ‘리모델링’하고 힘과 기량을 키워 전략, 전술을 개발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최대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는 현재 본사만 도쿄에 남겨 놓고 디자인연구소와 핵심 기술 센터가 아예 미국으로 건너간 지 오래됐다. 2000년대 들어 도요타자동차 생산 중에서 75%를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고, 그 곳에서 차를 팔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경우 지난해 기준 북미 지역 임원 중에서 독일 사람은 60여명에 불과하고 현지인인 미국 사람이 1500여명이라고 한다. 21세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단 국적을 버리고 글로벌 경영체제로 리모델링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정서적인 민족주의가 오롯이 남아 있어 피부색이나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산업 현장에 얼씬거리면 생리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다국적 기업이라고 하면 애국심을 저버리는 기업으로 생각하고 특히 다문화 가정이라 하면 냉대하는 경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심지어 유능한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성장하고 그곳 정보기관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장관자리에서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런 의식부터 과감하게 리모델링하지 않는 한 미래지향적 신산업 창출은 요원할 것이다.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는 흥미롭게도 우리나라를 아프리카 서부 기니 만에 인접한 가나공화국과 비교한 적이 있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가나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우리는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였다. 영토는 가나가 23만여㎢, 우리는 22만㎢로 비슷한 편이다. 인구도 1960년대에는 우리가 3000만명을 조금 넘고, 가나는 2000만명이 조금 못 됐다. 산업 구조도 농업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당시에는 소득까지 비슷했다.

케네디 교수가 조사한 1960년대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양국이 모두 230달러 정도였다. 그런데 두 세대를 지나 2010년 들어 두 나라를 비교해 봤더니 소득 격차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교역국으로서 세계 6번째로 ‘20-50클럽’(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했고, 산업 형태도 21세기 정보화 산업시대의 선두그룹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에 가나는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선으로 한국의 2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상태이고, 산업 형태는 아직도 1차산업 위주에 경공업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 형편이다.

케네디 교수는 한국이 반세기 만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게 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높은 교육열, 둘째 높은 저축률이다. 셋째, 1960년대 이후 줄곧 수출지향 정책을 펴 왔다. 마지막으로 한국에는 일본이라는 경제적 모델이자 기필코 따라잡아야 하는 라이벌이 이웃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21세기의 새로운 도전 요소들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것들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 통신금융 방면의 혁명과 다국적 기업의 횡포, 농업 구조의 혁신과 생명공학의 발달, 로봇과 자동차 분야 및 첨단 산업의 혁명, 자연환경의 위기, 민족국가끼리의 불안한 대치 등이다. 이런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산업 현장에서 나이와 관계없이 끊임없는 재교육으로 리모델링해야만 한다. 케네디 교수는 거기에 높은 수준으로 계몽된 정치적 지도력이 있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우리 국회가 보여준 모습에서 리모델링은 바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방열(전 건동대 총장·대한농구협회장)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