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감시 눈감고, 책임지지도 않고, 급여는 두둑하고… 이 사람의 직책은 무엇일까요?

Է:2013-03-18 18:32
:2013-03-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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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감시 눈감고, 책임지지도 않고, 급여는 두둑하고… 이 사람의 직책은 무엇일까요?

“감사요? 어디서 감사 업무를 하긴 했던 것 같은데…. 시점부터 기억이 전혀 안 나네요.”

2006년 초부터 2008년 5월까지 코스닥에 상장된 한 회사에서 비상근 감사로 재직했던 A변호사는 자신이 감사였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했다. 감사로 있던 시절 경영진의 분식회계를 감지하고 있었는지 물을 요량이었지만 되레 해당 상장사가 어디냐고 되물었다. A변호사는 하루가 지난 뒤 “호의가 있는 분의 요청으로 감사 자리를 수락했었다”며 “변호사들은 그런 요청을 자주 받는다”고 알려 왔다.

A변호사는 이 상장사가 사업보고서를 공시할 때마다 내부 회계 관리가 적정하게 이뤄졌다는 의견을 달았다. 그는 “운용실태 점검 주기, 회계 관리자의 자격, 점검사항의 누락 여부 등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 판단은 ‘눈 뜬 장님’의 것이었다.

이 상장사의 재무제표는 거짓말투성이로 드러났다. 한국거래소는 2009년 3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09년 5월 선급금 과대계상, 매출원가 과소계상, 우발부채 미기재, 유가증권신고서 허위기재 등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100억원 규모의 횡령, 수천만원대 어음 위·변조 정황도 발견됐다. 금융당국은 이 상장사의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유가증권 발행제한 1년의 제재를 가했다. 외부 감사를 맡았던 공인회계사는 1년간 직무가 정지됐다.

예정된 수순대로 이 상장사는 퇴출됐다. 회사를 믿었던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하지만 내부감사였던 A변호사는 행정조치는커녕 금융감독원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내부감사 위치로는 실질적인 재무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경영진에 대한 감시, 투자자 보호라는 감사의 책무는 교과서에나 적혀 있는 말이다. 당시 이 상장사의 회계 부실을 조사한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감사는 경영진이 제시한 숫자를 보면 ‘맞는가 보다’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A변호사는 자신이 밝힌 ‘적정’ 의견들에 대해 “회사 관계자가 통상적으로 임의로 적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상근 감사의 경우 특히 처벌이나 제재에서 자유롭다. 주주들이 상법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정도가 내부감사의 책임을 묻는 방법일 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8일 “기업체 감사들이 재무제표도 볼 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름만 내부감사인일 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근 감사들이 ‘회사에 출근했어야 말이죠’라는 식이면 제재할 방법이 딱히 없다”고 털어놓았다.

감사위원을 새로 뽑고, 보수 한도를 책정하는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책임과 전문성은 가볍지만 명함과 급여가 무거운 감사직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업이다. 금융·사정당국 근처에서는 퇴직 후 피감기관의 감사·사외이사직을 맡는 것이 ‘성공적인 재취업’으로 공공연히 회자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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