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아현고가도로
‘도로 위 공중에 942m짜리 4차선 자동차 길, 내일을 딛는 거보(巨步), 논스톱으로 달리는 자동차 행렬이 장관(壯觀)….’
1968년 9월 19일자 국내 신문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같은 해 12월에는 이런 내용도 실렸다.
‘거추장스런 땅 위를 피해 높다란 공간을 짚어 터놓은 길, 고가도로가 지상도로에 도전장을 낸 것.’
모두 서울 아현동에서 중림동을 잇는 ‘아현고가도로’에 관한 것이다.
국내 최초의 고가도로인 아현고가도로가 건설됐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길이란 오로지 땅 표면에 있는 것으로만 알았을 테니.
이 도로는 ‘불도저 시장’이라는 별명을 달고 있던 김현옥 서울시장 시절에 급격히 증가하는 교통량 소통과 도심 인구의 외곽 분산을 위해 건설됐다. 비용은 3억2000만원 들었다. 이미 철거된 3·1고가(청계고가) 및 삼각지 입체 교차로, 철거예정인 서울역고가 등도 이 무렵에 지어졌다. 당시 고가도로는 한국의 근대화를 상징했다. 1980년대 대한뉴스의 첫 장면에 고가도로 위로 붉게 떠오르는 아침 해의 풍경을 기억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서울의 교통이 혼잡해지자 고가도로는 더 이상 ‘논스톱’을 보장하지 못했다. 탈출구도 없이 고가도로에 갇혀 꼼짝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회색 시멘트 덩어리 고가도로가 주변 상권을 죽이고, 고가도로 밑에 방치된 공터가 불법주차장이나 자재하치장으로 쓰이면서 주변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고가도로는 하나 둘 퇴장하는 추세다. 2002년 전농동 떡전고가도로를 시작으로 청계고가도로, 신설고가도로, 혜화고가도로 등 이미 15개가 철거됐다.
16번째 대상이 된 아현고가도로는 올해부터 내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철거된다. 4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도시경관 훼손뿐 아니라 노후화로 인한 연간 4억원이 넘는 보수·보강 비용 때문이다. 대신 중앙버스전용차로 2.2㎞가 설치되고 표석 등 역사적 흔적이 남겨진다.
아현고가도로 철거 이후 서울에 남는 고가도로 84개도 교통 분산 기능이 떨어지고 도시경관 및 지역발전을 저해하면 철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속도’와 ‘효율’의 상징이었던 고가도로가 시대 변화로 도시의 애물단지가 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지금 주목받고 있는 것들도 앞으로 언제 천덕꾸러기가 돼 없어질지 모를 일이다.
남호철 논설위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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