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획-국민일보·NCCK 선정 가볼만한 기독 유적지] (3) 충청 지역

청주 일신여고 곳곳 초기선교사들의 정신 깃들어

12일 오전 초기 충청권 선교의 거점이었던 충북 청주 탑동 청주일신여고를 찾았다. 3월 봄 햇살이 가득한 교정은 여느 학교와 같았지만 100년 넘게 흐르고 있는 선교의 정신은 교내 곳곳에 배어 있었다. 학교 본관에는 흰 십자가가, 교정 곳곳에는 신·구약 말씀들이 인쇄돼 걸려 있었다.

충북에서 가장 많은 기독교 역사유적을 만나볼 수 있는 일신여고에는 충청권 선교에 매진했던 선교사들의 묘역과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들의 검소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념관 등이 보존돼 있다.

교정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로위기념관은 동서양의 미가 잘 어우러진 건물로 검은 기와지붕 아래 붉은 벽돌, 그 안의 직각 형태의 창들이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로위기념관은 1910년 맥쿨렁 부부가 먼저 소천한 아들을 기념하고자 기부해 건립됐다. 현재는 교목실과 상담실로 사용되고 있다.

밀러기념관은 서양식 벽돌구조 위에 6방향으로 나 있는 뾰족한 기와지붕이 기하학적 조화를 이루고 있다. 1911년 건립된 밀러기념관은 현재 교육복지실과 상담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1906년과 1908년 건립된 포사이드기념관과 던킨기념관, 청주선교사묘역 역시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김인태 일신여고 교장은 “학생들이 선교 유적지 안에서 생활하면서 초기 선교사들의 정신을 몸과 마음으로 배우고 있다”며 “주말이나 방학에는 전국 각지의 순례객들이 학교를 찾는다”고 말했다.

일신여고를 방문하면 담장 밖 골목에 위치한 퍼디기념관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퍼디기념관은 1926년 전염병으로 순교한 퍼디 선교사를 기리기 위해 1932년 건립됐다. 현재 이 건물은 예장 통합 충북노회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청주에는 성공회의 충청 선교 거점인 청주수동교회도 있다. 원래 성공회의 충청 선교 거점은 충북 진천이었지만, 1920년 무렵부터 청주가 도시화되기 시작하자 1935년 청주수동교회를 건립했다. 청주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우암산 서편 언덕에 세워진 청주수동교회는 구내에 신학교까지 갖춘 교회로 세워졌다. 교회 안에는 9개의 들보와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된 천장이 있어 초기 한국교회 건축의 동양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천안 독립기념관 인근에는 유관순 열사의 생가와 매봉교회가 있다. 1998년 신축된 매봉교회 지하 전시실에서는 연보와 수형기록표, 재판기록 등 유관순 열사의 생애와 행적에 관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충북 선교는 미국 북감리회와 북장로교, 남감리회 등 세 교단 선교부에 의해 시작됐다. 1901년 감리교 전도인들의 발걸음이 충북 땅에 닿았고, 1903년 무렵 공주에 선교 거점이 마련되면서 북감리회의 충청 선교가 본격화됐다.

충남 지역에서는 침례교, 감리교, 장로교, 성결교, 성공회 등 다양한 교단의 선교사들이 동시에 사역했다. 충남 선교는 1896년부터 침례교 선교사들이 강경과 공주, 부여 등 금강 연안 마을을 다니며 전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북감리회와 남장로교 등이 침례교의 공백을 메웠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 네 곳 이외에 청주의 청주제일교회, 충북 진천의 진천교회, 충남 공주의 아멘트기념관과 영명학교, 충남 강경의 강경성결교회당, 대전 오정동 선교사촌 등을 충청 지역의 대표적 기독교 역사유적지로 소개했다(표 참조).

청주=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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