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오성삼 (16) 일요대학 외국인들 “DMZ 땅굴을 보고싶어요”

Է:2013-03-07 17:30
:2013-03-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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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오성삼 (16) 일요대학 외국인들 “DMZ 땅굴을 보고싶어요”
‘외국인 근로자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끝난 며칠 뒤, 대회에서 1등을 한 나이지리아 출신 악슨 프랑켄이 찾아와 봉투를 내밀었다. “선생님, 상금 50만원 가운데 25만원은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보냈어요. 나머지 25만원은 일요대학의 어려운 학생을 돕는 데 써 주셨으면 해서 가지고 왔어요.” 그에겐 큰돈이었을 텐데…. 마침 같은 국가에서 온 토니 오조피아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나이지리아에서 방울토마토 재배하는 것이 꿈인 그는 공장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 온 이후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해 나이지리아로 돌아갈 비행기 표조차 살 돈이 없었고, 일하던 중 손가락 두 개가 잘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후 부당한 해고까지 당했다.

프랑켄이 전해 준 봉투를 받아든 오조피아는 눈물을 글썽였다. 잘린 손가락을 붕대로 감은 채 병원도 못가고 진통제 몇 알로 견디고 있는 그를 보며 나이지리아로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의정부에 가서 손광운 변호사를 만나 도움을 청했다. 딱한 사연을 들은 손 변호사가 공장주를 상대로 무료소송을 진행해주었고 결국 승소판결을 받아 밀린 급여와 상해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었다. 손마디가 잘린 것에 비하면 충분한 보상은 아니지만 그는 만족해했고 그 정도 금액이면 나이지리아에 가서 조그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며 한 많은 대한민국을 떠났다.

나는 졸업을 앞둔 일요대학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들이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 때 건국대학교의 일요대학 선생님들이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고국에 돌아가서도 오래도록 기억하기를 바랐다. 설문을 통해 그들이 한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알아보았다. 예상과 달리 1위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땅굴이었다. 그곳에 가려면 비무장지대로 들어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신분증이 필요한데 외국인 근로자에게 신분증이 없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던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살던 그들이 좀처럼 방문할 수 없던 땅굴 견학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졸업여행을 도와 준 분은 국군기무사령부의 오세인 대령이다. 그는 전방 사단 기무부대에 연락해서 우리 졸업여행단 버스를 에스코트하도록 지시했다. 철원평야 비무장지대로 들어가기 위해 철책을 통과하는 순간, 버스에 나누어 탄 외국인 근로자 200여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1997년 겨울, IMF 외환위기 충격이 온 나라를 흔들 때마다 실업자들이 생겨나고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있었지만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길이 끊겼다. 일요대학의 제1회 졸업식을 앞둔 12월 21일, 일요대학 학생들과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정신지체아 수용시설 다니엘복지원을 방문했다. 건국대학교 평생교육원이 제과제빵과정 실습장에서 구워낸 빵을 매일 무료로 전해주던 곳이다.

일요대학을 졸업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저마다 자기네 나라 음식들을 장만해왔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실 때마다 모금함에 넣었던 돈으로 복지원생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했다. 산타복장을 한 외국인근로자 한 사람이 가져간 선물을 나눠주었다. 복지원 방문은 일요대학의 졸업식 시간에 맞춰 끝났다. 아무도 축하해줄 사람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졸업식장에 복지원생들이 함께 참석해 졸업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졸업식 노래가 옛날 축음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듯했다.

정리=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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