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박근혜 대통령의 ‘결혼’을 축하하며
“굳은 의지와 진정성에 일말의 불안을 품게 되는 것은 그의 ‘나홀로 스타일’ 때문”
엊그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는 하객이 7만명이나 참석한 가운데 흔치 않은 혼례가 거행됐다.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 신랑은 대한민국. 평소 “나라와 결혼했노라”던 박 대통령의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박 대통령은 예순 나이에 대선을 통해 대한민국에 청혼을 했고 국민은 이를 허락했다. 일부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에 따라 받아들여진 혼사는 착착 진행됐고 마침내 혼례를 올리게 된 것이다.
지난 20일 중국의 신경보(新京報)는 박 대통령 관련 기사 제목을 ‘나라와 결혼한 고아 대통령’으로 뽑았다. 환갑 나이에 고아 운운해 불행하게 부모를 잃은 그의 과거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면서 독신 여성 대통령의 나라사랑을 부각시켰다.
지난달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이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제작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적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박 대통령의 혼례가 낯설지 않다. 그날 예식이 끝난 후 열린 광화문 광장의 시민행사와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초청 만찬에서의 화사한 한복을 입은 박 대통령은 영락없는 신부였다.
그런데 정작 신혼살림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으며 단 한 명의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새정부가 출범했다. 그야말로 개문발차(開門發車)가 따로 없다. 이 때문에 신구 정부 장관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각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의 진용이 제대로 갖춰지는 것은 다음달에나 가능할 듯싶다.
더 중요한 것은 신혼살림을 압박하는 나라 안팎의 요인들이다. 혼례가 벌어진 그날 북한은 전 매체를 동원해 ‘핵보유국’임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새정부 출범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의 핵실험이 이어지면서 유엔을 비롯해 우방들의 대북 제재가 수위를 더해가겠지만 당사자는 한국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해법을 꼼꼼히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글로벌 경제침체와 더불어 새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상황은 북핵 위기 이상으로 심각하다. 5년 전 출범한 이명박 정부와 비교하면 좋아진 것이라고는 유일하게 외채의 건전성 정도일 뿐 성장률, 고용, 실업, 가계부채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는 위태로운 모습이다. 게다가 복지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 재정 운용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신혼살림이 기대되는 이유는 취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가 ‘국민행복시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
다. 이전 정부들도 국민의 행복, 위대한 대한민국 등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박 대통령의 구호는 훨씬 더 구체적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국민도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 대목이 취임사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당선인 시절 그는 대통령직인수위 회의 때마다 “정책 수립은 10%이고 정책을 이행·점검·평가하는 게 90%”라며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고 한다. 신혼살림을 꾸려가는 기본 원칙과 방향 그리고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마련된 듯하니 이제 요청되는 것은 그의 말처럼 과감한 추진력이다.
계획보다 실천이 훨씬 더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정책의 성공은 국민의 지지 여부에 달렸다. 새정부의 비전에 공감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절실한 까닭이다. 그간 박 대통령의 굳은 의지와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일말의 불안을 품게 되는 것은 그의 ‘나 홀로 스타일’ 때문이다. 소통 없는 원칙은 독선과 고집으로 비칠 뿐이다. 지혜로운 신부처럼 박 대통령이 국민을 내편으로 만든다면 그의 신혼살림은 그야말로 빛이 날 것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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