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시대 두달] 길 건너 20층 아파트… “총리실이 다~보여”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용이 승천하는 형상’으로 디자인된 청사를 두고 “겉만 번지르르하다”고 깎아내린다. 유려한 곡선과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실생활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처 간 이동거리는 늘었고, 내부 공사에서도 정작 필요한 주차장이나 업무공간을 확보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각 동별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배치돼 있던 과천청사와 달리 세종청사는 6개 동이 구불구불하게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다.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의 상징으로 4∼6층에는 건물을 잇는 다리까지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건물 전체의 시작과 끝에 위치한 부처들 간 이동은 그만큼 힘들어졌다. 특히 총리실이 있는 1동에서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위치한 6동까지 걸어가려면 꼬박 20∼30분이 걸린다. 시내버스 정류장도 국토해양부 건물 앞에 위치해 민원인이 버스에서 내려 총리실까지 걸어가려면 30분은 각오해야 한다.
업무상 이동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편의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청사 내 우체국은 국토부가 있는 6동 1층, 편의점은 기획재정부가 있는 4동 3층에 1곳만 위치해 있다. 의료시설도 5동 농림수산식품부 3층에 있는 의무실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을 한숨짓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부족한 주차공간이다. 현재 청사에는 6개 부처 550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내부에 주차가 가능한 차량은 1400대 정도다. 애초 ‘에코시티’를 표방하며 교통량을 줄여 예측한 결과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세종시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설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사 인근부지에도 약 10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차량들은 주차장이 아닌 부처 건물과 기둥 근처를 에워싸는 형태로 주차되기 일쑤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14일 “애초 이달 안에 500대 분량의 외부 주차공간을 마련하려 했지만 날씨 때문에 공사가 늦어졌다”며 “다음달 중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은 세종청사의 ‘소통’ 콘셉트가 얼마나 일관성이 없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청사 4∼6층에 연결 다리가 있지만 청사 내 지하주차장들은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 근무인원이 940명가량인 기획재정부의 경우 지하주차장에 배정된 공간은 53대분에 불과하다. 다른 건물 주차장에 차량 등록을 하면 주차를 할 순 있지만 남는 공간도 부족할 뿐 아니라 주차장이 막혀 있다보니 본인이 근무하는 부처로 이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차장 환경도 열악하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 “주차된 차에 먼지가 너무 많이 쌓이고 비가 오면 벽에 물이 줄줄 새기도 한다”고 전했다.
청사 주변에 입주하는 아파트로 청사 보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포스코건설이 짓는 아파트의 경우 오는 7월 총리실 인근에 511가구, 12월 기재부 인근에 626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파트와 청사 간 거리가 왕복 4차선 도로 정도여서 2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청사 공무원들의 부서 회의나 일상생활이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 건물 1층 외곽에는 보안 강화 차원에서 울타리를 치고 일부 문만 개방하고 있지만 주변에 들어서는 아파트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청사 내 공간 활용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들은 청사 이전 후 업무공간이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한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복도만 넓게 돼 있고 사무실 공간은 너무 비좁다”며 “책상 옆에 회의테이블 하나를 놓기가 빠듯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무실 이외에 직원휴게실 등 여러 개의 공간을 마련했지만 평소 비어있는 곳이 많아 공간 효율성도 떨어진다.
최근 농식품부 장관실에서 발생한 ‘물폭탄’ 사건은 청사의 구조적 결함을 그대로 노출했다. 배관 문제로 스프링클러가 터져 농식품부 장관실 주변은 당일 오전 내내 업무가 마비됐다. 당시 청사관리소는 처음에는 청사 내 4만2000개의 스프링클러를 모두 점검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가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자 이내 말을 바꿔 전수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