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오현순] 유명인 마케팅, 주민 관점서 바라보자

Է:2013-01-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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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오현순] 유명인 마케팅, 주민 관점서 바라보자

“단체장 홍보 위해 무분별하게 진행… 전통과 지역성 담긴 소프트웨어가 우선이다”

지방자치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오래 전에 자조 섞인 말을 전해 준 적이 있다. “성년이 된 우리의 지방자치는 외형적으로는 성장을 이뤘는데 정작 단체장은 지방자치를 무소불위의 권한을 보장해주는 단체장 자치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자체장이 지역일꾼으로서의 소명의식보다는 조선시대 사또와 같이 지역주민 위에 군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너도나도 유명인 마케팅에 뛰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런 문제의식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민선4기 체제에서는 세금을 쌈짓돈처럼 마구 써대며 지자체장 공덕비와 같은 홍보관 건립 등에 열을 올리더니 이제는 유명인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가며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명인 마케팅은 잘 활용하면 효과적인 지역홍보로도 활용할 수도 있고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인적 자원을 지방으로 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고자 하는 단체장의 개인적 욕망 때문에 독단으로 결정해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지자체에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주민동의를 거치지 않거나 알맹이도 없으면서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며 과대광고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2002년부터 지자체에 문학관 건립비의 40%까지 국고가 지원되면서 문학관은 그야말로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낙후 지역문화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한 문학관 사업은 그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부재와 문학관 운영 미숙 등 기대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 문인의 작품 및 생가 등 문학콘텐츠와 연계된 프로그램 기획보다는 눈에 보이는 문학관부터 짓다 보니 관람객의 발길이 드물어 ‘세금만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는 곳도 다수 있다.

유명 스포츠 스타를 앞세운 도 넘은 스타 마케팅은 더욱 가관이다. 경기도 군포시는 2011년 11월 피겨 스타 김연아 조형물을 4억 5000여만원을 들여 세웠다가 초상권과 조형물 기둥의 올림픽 마크를 무단 사용한 것이 발단이 돼 철거 위기에 놓였다. 2005년 개통돼 박지성 이름이 붙여졌던 수원과 화성 사이의 ‘박지성로’는 수원과 화성시 사이 분쟁이 벌어져 여러 차례 협의를 했지만 결국 ‘동탄지성로’로 이름이 바뀌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바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는 지자체의 역할이 잘못됐으며 사업 목적에 어긋나게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과 지역성에 녹아드는 소프트웨어보다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지역주민 스스로 오랜 시간 토의하고 결정하는 공감행정은 뒷전이고 지자체장 재선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유명인 스스로도 그 지역의 주민·자연·문화·전통과 녹아들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유명인의 문학관 운영은 지자체 입장에서 지역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관광수입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김유정 문학관은 작가의 생가를 둘러볼 수 있고, 소설의 배경인 실레이야기길을 실제로 걸어보면서 작가의 작품세계를 생생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돼있는 좋은 사례다. 지역성과 전통성, 문학성을 살리면서 문화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스포츠 스타를 앞세운 유명인 마케팅도 도시홍보와 지역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단체장 한 사람의 판단과 결정에 지역주민들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단체장에 뽑히면 4년간은 조선시대 고을 사또나 되는 양 으쓱거리기 위한 것이라면 그 의도가 좋고 성과가 크다 하여도 절차를 무시한 비민주적인 행위가 분명하다. 지금부터라도 지자체의 유명인 마케팅을 주민의 관점에서 차분히 재점검해 보자. 논란이 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이 기회에 지역주민에게 재승인 받는 절차도 필요할 것이다. 지방자치란 민주주의의 최상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현순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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