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우정] 의무재송신 범위 어디까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가장 많은 정책혼란을 야기했던 부분 중 하나는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었다. 많은 방송의 현안 문제 중에서 2013년을 계기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 현시점에서 다시 한 번 더 살펴봐야 할 문제 중의 하나가 의무재송신의 문제다.

의무재송신의 문제는 지상파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발생한다. 지상파방송사업자 입장에서는 재산권과 저작권, 직업의 자유, 방송사 재정확충의 문제, 방송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권 보호 문제와 향후 디지털방송 사업 확장 문제와 연계돼 있고 SO 역시 방송의 자유, 재산권, 직업의 자유 등 문제에서 상호 대립되어 있다.

또한 의무재송신의 문제는 단순히 두 사업자 간의 이해충돌만이 아니라 시민 입장에서는 지상파방송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권의 확보라는 문제가 중첩적으로 얽혀 있다. 결국 의무재송신 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무재송신 제도의 본래 취지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향후의 방향성, 방송산업 활성화라는 기본적인 정책의 삼위일체를 지향해야 한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시민의 방송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의 보장이다.

우리나라 의무재송신은 지역방송 보호에 목적을 두는 미국과 달리 지상파방송 난시청 해결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후 방송정책이 단순한 난시청의 해결뿐 아니라 보편적 시청권의 확보라는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공영방송은 이러한 방송의 공적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 제공이라는 목적에 구속돼 의무재송신 대상으로 정해졌다. 지금도 난시청의 해결을 통한 방송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 측면에서 의무재송신 제도의 정당성은 부인될 수 없다.

문제는 지상파방송사와 SO의 이익이 대립되는 관계에서 어느 범위에서 의무재송신이 인정되어야 하는 정도의 문제이다. 특히 2013년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기술 발달은 과거 중계유선방송 또는 종합유선방송에 의한 난시청 해결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술로 국민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기에 과거와 같이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의무재송신의 범위는 적극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의무재송신의 범위를 결정할 경우 의무재송신 대상자인 지상파방송사업자와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헌법상 기본권의 실질적 조화가 이루어지는 접점에서 조정이 되어야 한다. 민영 지상파방송사업자의 경우 프로그램 제작에서 발생하는 재산권, 저작권 등이 보호될 수 있도록 그 범위가 정해져야 한다.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 재정적인 취약성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의 의무재송신은 방송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중계유선방송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의무재송신의 확대는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채널의 사용범위를 축소시켜 사업 활동의 위축을 초래한다. 즉 채널사용 범위의 축소는 채널 임대를 통한 수익의 감소와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프로그램 제작, 편성 그리고 전송에 대한 제한이라는 점에서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의 헌법상 방송의 자유, 직업행사의 자유, 재산권 등에 대한 침해 문제를 일으켜 위헌의 가능성이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전제에서 본다면 향후의 의무재송신과 관련한 방송법의 개정에서 무상의 의무재송신 대상은 KBS1, EBS 정도로 국한되어야 하고 KBS2, MBC, SBS 등은 법률상 유상의 의무재송신 대상 또는 법률로 규정하지 않고 사적 자치의 원칙 하에 SO와의 협상을 통한 재송신의 문제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최우정 계명대 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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