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수의학과 합격 청양 정산고 이건학군 “구제역에 소 매몰 경험… 방역전문가 될래요”

구제역 때문에 기르던 소 60마리를 산 채로 땅에 묻은 경험을 한 고등학생이 방역전문가가 되겠다며 건국대 수의학과에 입학했다.

충남 청양 정산고 3학년 이건학(19)군은 2013년 건국대 KU기회균등 농어촌학생 전형을 통해 수의학과에 합격했다. 이군은 7일 “구제역이 발생하면 기르던 가축뿐 아니라 축사로 쓰던 부지도 3년간 사용을 못하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며 “구제역 발생을 막는 방역전문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군이 방역전문가로 진로를 결정한 것은 2010년 5월 구제역을 경험하면서부터다. 당시 전국을 휩쓴 구제역은 이군 가족의 축사도 피해가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소 60여 마리를 모두 땅에 묻게 됐다. 게다가 보건당국으로부터 인공수정사인 이군의 아버지가 인근 농가에 구제역을 전파했다는 의심까지 받게 돼 주변 14개 농가의 소 300여 마리도 살처분됐다. 아버지에 대한 오해는 풀렸지만 당시 이군이 받은 상처는 고교 시절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이군은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었지만 구제역을 겪으며 진로를 바꿨다”며 “농민들이 다시는 구제역으로 모든 것을 잃는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군은 졸업 후 고향인 충남 청양으로 돌아와 동물병원을 열 계획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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