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막는 입양특례법] 2012년 8월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이 아기들이 왜 버려져야 하나요
지난해 8월 개정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기관 입양 절차를 밟지 못해 버려지는 아이가 늘고 있다. 서울 신림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아기 보관함 ‘베이비박스’에는 총 20명의 아이가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버려졌다. 어른들이 만든 법 때문에 갓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출생정보도 모른 채 버려진 것이다.
A씨는 2011년 10월 이혼 서류를 법원에 접수했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식을 올린 직후인 2011년 3월부터 이혼을 전제로 별거를 했다. 그러다 전 남편과 연락이 끊어져 이혼 조정이 미뤄졌고 그 사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 A씨는 지난해 8월 아이를 출산했지만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입양을 결심했다. 하지만 아이의 출생 신고를 해야 한다는 입양 기관의 말을 들었다.
전 남편과는 이혼 조정을 위해 법원에서 만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별거 중이었어도 서류상 혼인 관계였기 때문에 태어난 아이는 전 남편의 아이로 간주된다고 했다. A씨는 이혼한 사이인데 아이 호적이 전 남편에게 들어간다는 사실에 황당했다. 결국 A씨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렸다.
A씨는 아이를 버린 뒤 이 교회 이종락(59) 목사 앞으로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이 편지에서 A씨는 “별거 중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내용을 전 남편에게 알려야 하고, 전 남편에게 자신의 자식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친자 검사를 의뢰해야 했다. 법원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출생신고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입양특례법,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입양특례법은 미혼모나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큰 상처일 뿐이다. 특히 아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겠는가”라고 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와 함께 남겨진 메모에는 아이를 버려야 하는 엄마의 미어지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바뀐 법에 대한 원망도 가득했다. 메모는 ‘입양을 보내려 했으나 법에 가로막혀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버리려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최후의 선택’으로 베이비박스를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아이가 좋은 부모를 만나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입양 상담을 했다는 사연도 대부분 담겨 있었다. 그러나 법은 이들에게 입양도 허락하지 않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 됐다.
아이 아빠가 베이비박스를 찾기도 했다. 이미 결혼한 여성과 뜻하지 않게 아이를 갖게 됐는데, 출생 신고를 남편 쪽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남성은 입양을 위해 관할 시청, 보육시설, 입양 기관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출생신고를 하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이 남성은 메모에서 “유부녀여서 결혼도 할 수 없고 아이를 키울 수도 없는 상황인데, 입양 특례법에 걸려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린 한 여성은 아이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를 가져 아무도 모르게 혼자 아이를 낳았다. 갓난아기를 안고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다른 부모를 만나 좋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만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생각했다. 이 여성은 심한 산후 우울증까지 앓고 있었다. 이 여성은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할지 겁이 난다”며 “나 자신이 악마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를 입양 보내려고 했지만 법 때문에 어떻게 할 수도 없다”며 절망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는 한 여성은 “입양을 위해 남편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며 “아이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입양 보낼 수도 없어 베이비박스를 택했다. 남편이 정말로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입양특례법 개정 전에는 미혼모가 기관을 통해 입양 의뢰를 하면 기본적인 친부모 정보가 기관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법 개정으로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서 아이를 무작정 유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와 함께 발견된 메모에는 출생 정보가 없거나, 아예 메모 없이 발견된 아기도 많다. 자신이 어떤 사연으로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버려지는 것이다. 법 때문에 새 부모를 만나 행복한 인생을 살 기회도 줄어들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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