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갑을 컴퍼니

Է:2012-12-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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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프로그램 중에 ‘갑을 컴퍼니’란 코너가 있다. 직장생활에서 소위 갑과 을의 관계를 풍자한 것이다. 대부분은 ‘부장-과장-대리-사원’이라는 서열에 따른 갑을 관계가 묘사된다. 상관의 취향에 따라 부하들이 갈팡질팡하고, 귀찮고 힘든 일은 부하 몫이다.

연공서열에 따른 조직문화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어쩌면 무난한 방식이다. 누가 해도 되는, 책임의 문제가 없는 일이라면 아랫사람이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윗사람이 그런 일까지 나서면 조직이 피곤해진다. 그러나 책임의 문제가 따르는 일, 비상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일이라면 다르다. 경험의 차이, 권한의 차이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글 하나를 만났다. 카투사로 복무한 듯한 한 청년은 2010년 1월 많은 눈이 쏟아진 날 당시 한국군과 미군의 지침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군의 지침은 ‘병사:전원출근, 부사관:근속년수 10년 이하 출근, 장교:소령까지 출근, 장군:출근하지 않고 대기’였다. 반면 미군 지침은 ‘장군:전원 출근, 장교:대령급(대령+부서 책임자) 출근, 부사관:주임원사와 당직 인원 출근, 병사:출근하지 않고 대기’였다.

지침에 따라 이 청년이 근무하던 사무실에는 한국군 병장이었던 그와 미군 대령이 출근해 대기했다고 한다. 이 청년은 미군 대령에게 “왜 미군은 대령급 이상만 출근하느냐”고 물었고 미군 대령은 “계급이 높을수록 권한과 책임이 많아 의사결정의 범위가 넓어지니까”라고 답했다. 미군 대령은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빨리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높은 계급의 참된 의미”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긴급 상황 발생시 한국군은 ‘당직사병→행정담당관→보좌관→비서실장→장군→비서실장→보좌관→행정담당관→당직사병’의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미군은 부서 책임자인 본인(대령)이 알아서 결정하고, 장군에게 보고만 하면 끝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미군 대령의 설명은 책임자라는 위치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군만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 조직도 마찬가지다. 책임자는 책임지고 판단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나서는 사람이다. 그 판단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아랫사람에게 미루거나 아무런 판단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것보단 낫다. 어느 조직이든 막내에게 맡길 만한 일을 솔선수범하는 상사보다는 경험과 책임이 필요한 일에 솔선수범하는 상사가 필요한 법이다.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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