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진화 ‘스타트업’ 기업] 스펙보다 열정 잡스를 꿈꾸다
서울 삼성동 포스코 사거리 뒤 먹자골목. 퇴근 시간이 되자 식당마다 사람들로 넘쳐났다. 사무실에서 쏟아져 나온 말쑥한 양복 차림의 회사원들은 술잔을 건네며 동료들과 하루의 고단함을 달랬다. 시끌벅적한 골목을 지나치자 한적한 주택가가 나왔다.
그곳에 고즈넉이 서 있는 4층짜리 작은 빌라. 2층으로 올라갔다. 여느 가정집과 다를 바 없어 보이던 2층의 현관문이 열리자 예상 밖 세상이 나타났다. 19평짜리 집 안방엔 침대나 가구 대신 6개의 책상과 컴퓨터가 있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말랑스튜디오’가 둥지를 튼 곳이다.
이 회사 김영호(28) 대표는 “미국에 애플 같은 벤처 개러지(창고 회사)가 있다면 우리에겐 벤처 빌라가 있다”며 활짝 웃었다.
말랑은 스타트업 기업이다. 신생 벤처를 뜻하는 스타트업은 미국 실리콘밸리 용어로 1990년대 후반 이른바 ‘닷컴 버블’로 창업 붐이 일었을 때 생겨난 신조어다. 모든 업종에 적용될 수 있지만 보통은 고위험·고성장·고수익 가능성을 지닌 기술·인터넷 기반의 회사를 칭한다. 구글이나 트위터 등이 대표적 스타트업 기업이다. 벤처로 발전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벤처 기업이 되려면 투자금액 5000만원 이상 등 기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확인하고 있다.
말랑은 김 대표를 포함한 6명이 직원인 동시에 창업자이고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다. 이들은 알람 기능에 캐릭터를 부여한 ‘알람몬’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와 iOS용으로 만들어 무료 배포하고 있다. 병역특례로 스타트업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던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창업을 결심한 뒤 동호회 등에서 자신과 뜻을 같이할 동료를 찾았다.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6명 모두 1999년 벤처 붐을 이끌던 네이버를 보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큐브 등 게임도 즐겼다. 좋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즐겁게 일하자는 창업 취지에 맞게 이들의 사무실엔 책이며 게임기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스타트업 기업 ‘노리’의 분위기는 말랑과 사뭇 달랐다. 신생기업인 말랑에 비해 성숙함이 엿보였다.
이 회사는 학생들이 한 번 틀린 문제를 더 이상 틀리지 않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알고리즘을 담은 온라인 교육 시스템 노리를 개발하고 있다. 2008년부터 오프라인 교육시장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했다. 서울대 출신의 김용재(34) 사장, 포항공대 출신 김서준(28) 부사장은 4000만원으로 2008년 대치동에서 수학 교육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학원 사업에 나섰고 2010년부터 교육 경험을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계획한 대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갈아엎은 게 5번. 노력 끝에 내년 초 미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용재 사장은 “최근 스타트업 기업들이 플랫폼이나 소셜 등 인기 있는 분야에만 관심을 두는 것 같다”며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남도 할 줄 안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강점을 앞세워 사업으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구글과 방송통신위원회 주최 ‘글로벌 K-스타트업’ 대상을 수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