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원] 경제민주화로 서민 살린다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한국 경제의 변화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는 잠재성장률은 절반으로 떨어지고, 분배구조는 악화된 것으로 집약되고 있다. 반면에 일부 대기업집단의 대표기업들은 세계화에 성공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포천지가 발표하는 500대 세계기업 명단에 97년 단 한 개의 기업 이름도 올리지 못했던 한국 기업들은 2012년 20위에 오른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13개의 기업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한국 경제의 이중구조에 대해 대선 정국은 ‘경제민주화’로 서민경제를 회복하고 분배구조를 개선할 것처럼 국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지배구조를 비롯하여 재벌의 잘못된 행태들은 당연히 고쳐야 할 과제이지만, 서민경제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데 경제민주화는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삼성전자를 정부 명령으로 사업부문별로 분할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누가 이익을 볼 것인가? 우리 서민경제와 분배구조가 개선될 리가 없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은 크게 약화되고 그 결과로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경쟁기업들이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양극화의 문제를 규모의 관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혁신역량과 생산성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한국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를 세계화를 통해 극복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은 97년 32%에서 2007년 42%, 2008년 53%로 뛰어올라 금년은 3분기까지 53%에 이르고 있다. 전자·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수출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혁신을 추진해 온 고부가가치-고생산성-고혁신 부문이 담당하는 반면에 혁신 압력이 낮은 내수 서비스업 부문은 저부가가치-저생산성의 구조적 문제를 심각하게 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인 이하의 영세기업체 수는 288만개로 전 사업체 수의 83%를 차지하고 있으며, 1∼4인 이하의 영세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521만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29%에 달하고 있다. 종사자 5∼99인 규모의 사업체 종사자 비중은 46%, 100∼299인 규모의 사업체 종사자 비중은 11%, 300인 이상 기업의 종사자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또 1∼4인 이하 영세업체 비중은 제조업의 64%, 도매 및 소매업의 90%, 숙박 및 음식업의 91%, 운수업의 95%에 달하고 있다. 한편 사업체를 신설하여 2년을 버티는 비율은 제조업 59%, 건설업 51%, 도매 및 소매업 54%, 숙박 및 음식업이 54%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업체의 영세성과 높은 도산율의 구조하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적 혁신이나 자본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가가치와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고임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다. 그 결과 최저임금 수준을 실질적인 생계비가 보장되는 수준으로 높이기 어렵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빈곤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소위 ‘근로빈곤’이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것이 경제규모 세계 14위, 수출규모 세계 8위를 자랑하는 한국 경제의 불편한 실상이다. 이러한 기업의 영세성과 저생산성-저부가가치-저혁신 역량을 구조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쓰고 경기부양책을 쓰더라도 서민경제의 저수익과 저소득의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
허울 좋은 경제민주화에 눈이 팔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불편하고도 심각한 실상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들에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치가 진정으로 서민경제를 살리고 분배구조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경제민주화보다 영세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수-서비스업의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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