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네간의 경야’ 개역·주해본 동시출간 김종건 명예교수 “보통독자도 제임스 조이스 즐겼으면…”

Է:2012-11-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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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네간의 경야’ 개역·주해본 동시출간 김종건 명예교수 “보통독자도 제임스 조이스 즐겼으면…”

“제임스 조이스(사진)는 말년의 역작 ‘피네간의 경야’에 대해 100년 후에 대중화될 작품이라고 말했어요. 60여 개 언어, 6만여 단어로 이루어진 가히 인류의 문화유산이라 할 이 작품은 신조어 등 언어 유희가 특징인데 이 언어 유희는 현재 한국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모더니즘의 선구적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는 ‘피네간의 경야(Finnnegans Wake)’(고려대 출판부) 개역본과 주해본을 동시 출간한 김종건(78)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 작품의 난해함을 극복하고 이제 보통의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조이스가 17년이라는 세월을 쏟아 부어 1939년 펴낸 ‘피네간의 경야’는 비록 책의 형태를 하고 있으나 그동안 ‘결코 읽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요, 복잡한 미로’로 통할 만큼 일반인의 접근은 용이치 않았다. 김 교수가 이 작품을 처음 번역한 것은 2002년. 그의 노고로 말미암아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피네간의 경야’ 번역국이 됐다. 이번 작업에도 꼬박 2년이 걸렸다.

“개역과 주해를 끝내고 몹시 앓았어요. 이가 흔들리고 고열이 오르는 등 고통이 심했지요. 그러나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20세기의 걸작이라면 ‘피네간의 경야’는 포스트 모던 시대인 21세기의 걸작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입니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지요. 이 작품에 도전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젊어지는 기분이 들었지요.”

‘율리시스’가 깨어있는 시간의 사건을 서술한 ‘낮의 책’인 반면 ‘피네간의 경야’는 잠자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밤의 책’이다. 4부로 이루어진 작품은 1938년 3월 21일 월요일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주인공인 이어위커라는 인물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인간의 출생, 결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조이스가 조어로 만든 제목에 주제가 들어있어요. ‘핀(fin)’은 불어로 ‘끝’이라는 뜻이고 ‘네간(negan)’은 어게인(again)이라는 뜻인데 끝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부활의식을 의미하지요. ‘웨이크(wake)’는 사람이 죽으면 밤샘을 하는 경야(經夜)를 의미하는데 술을 사랑하는 벽돌공 피네간이 사다리에서 추락해 죽자 조문객들이 모여들어 떠들썩한 술판을 벌이지요. 그러다 피네간의 얼굴 위에 위스키가 엎질러졌을 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부활해 조문객과 축제를 벌입니다. 조이스의 조국 아일랜드처럼 한국도 장례를 축제로 치르지 않습니까. 조이스는 조문객들이 나누는 인간의 원죄, 부부의 갈등, 형제의 다툼 등을 인간 보편적 문제로 승화시켜 세계 각국 언어로 써내려갔지요.”

작품에 사용된 60여 개 언어를 일일이 확인하기 위해 사전만 수십 개를 활용했다는 그는 “결국 이 작품은 인류사, 세계사를 한 권의 책으로 응축시킨 전무후무한 소설이자 꿈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시공간을 넘나든 상상력의 보고”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주해본은 주석만 1만2000개에 달하는 1100쪽 분량이다. 이는 조이스가 현미경으로 언어를 들여다보듯 단어를 낱낱이 해체하고 다시 그것을 규합해 다의적인 언어를 만들어냄으로써, 어떤 특수한 배경을 가진 독자라도 자신이 의도한 의미 이상의 것을 추출하도록 만든 치밀한 계산 때문이다. 올가을 ‘피네간의 경야’ 주해본이 우리 곁으로 왔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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