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495주년… “양적 성장 넘어 사랑의 공동체 구현을”

감신대생들 한국교회 개혁 95개 논제 발표

종교개혁일인 31일 오전 11시20분 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 웨슬리 기념예배당 앞에 80여명의 신학과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루터 종교개혁 495주년 기념 2012년 감신대 95개 논제’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로마서 1장 8∼17절 말씀이 봉독됐고, 인도자는 “개혁의 움직임이 삶 속에서 실천돼 예수님의 능력이 한국교회와 교인, 목회자들에게 나타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학생들은 성명서에 각자의 이름과 서명을 기입·날인한 뒤 95개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했다. 준비된 전지 크기의 선언문(3장)은 낭독을 마친 뒤 교내 게시판에 붙여졌다.

지난 3주간 80여명의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95개 논제는 목회자와 교인, 교회 등 7개 분야로 나눠 작성됐다. 학생들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자기 과신을 버리고, 양적 성장이나 예배당 크기를 목회자의 성공기준으로 삼지 말 것을 촉구했다. 교인들의 직분이 권력화되고 오늘날 한국교회가 ‘기업화’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교회는 소외계층을 대변해야 하며, 영적 구원의 사명을 띠고 있는 신학생들은 학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기감 임시총회에서 통과된 ‘세습방지법안’에 대해서는 환영의사를 표했다.

옷깃을 여밀 정도로 쌀쌀한 날씨였지만 학생들의 얼굴에는 교회개혁에 대한 열망과 논제를 완성한 데 따른 성취감이 묻어났다. 신학과 2학년 김성우(20)씨는 “처음에는 교회와 학교, 목회자에 대한 비판적 내용만 논의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목회 현장에서 이 조항들을 기억하며 사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목회자인 같은 과 김진성(22)씨는 “교회에서 성장하며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던 것들이 많았다”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감신대 종합관 107호 강의실에서 이덕주 교수(한국교회사)와 80여명의 학생들은 기도와 함께 강의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 495주년을 맞아 이 땅에 제2, 제3의 루터와 칼뱅이 나오기를 소망한다”고 기도했다.

이 교수는 강의에서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허물면 사흘 만에 세운다고 하셨다”며 “종교개혁은 우리가 허물면 예수님이 세우시는 것과 같다”고 종교개혁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교회는 지난 120여년간 유럽교회가 2000년간 경험한 것을 압축적으로 경험했고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교회가 붕괴되고 무너지는, 개혁 전야의 현상들이 목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2학기 ‘교회사’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루터의 종교개혁일(10월 31일)에 맞춰 그해의 종교개혁안을 만들어 왔다. 이 교수는 “감신대에 근무하는 동안 매년 학생들과 함께 개혁 논제를 만들 것”이라며 “다른 신학대에서도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개혁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자들에게 “오늘 발표한 95개 논제가, 20∼30년 후 목회자가 됐을 때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감신대생들이 발표한 95개 논제 전문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홈페이지(www.missionlife.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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