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오서 기감 장정개정위원회 위원장] “담임목사 대물림 방지, 이 시대 교회의 사명”

“아버지, 그 어떤 감독회장보다 훨씬 명예로운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주셔서 정말 자랑스러워요. 끝까지 흔들리지 말고 평안 가운데 거하세요.”(권혁원 선한목자교회 부목사)

“아들 한마디가 제일 격려가 된다. 고맙다. 사랑한다.”(권오서·64·춘천 중앙감리교회 감독)

지난 8월 28일 오전 휴대전화로 오간 부자간의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이다. 이날은 ‘감리교, 교계 최초 목회 대물림 방지법안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대서특필된 날이었다. 법안 마련을 주도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장정개정위원회 위원장인 권 감독의 장남이 관련 기사를 읽고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냈고, 권 감독이 답장을 보낸 것이다.

31일 감리교 총회가 진행 중인 대전 월평동 하늘문교회에서 총대로 참석한 권 감독을 만났다. 문자 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들이 저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무척 고마웠어요. 이 법안을 준비하면서 저로서는 목회자 길을 걷고 있는 두 아들에게 괜히 미안한 생각이 줄곧 들었거든요.”

‘목회 대물림 방지법안’은 추진 한 달 만에 입법 총회에서 전격 통과됐고, 한국교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다. 교계 안팎의 이목이 ‘총대’를 멘 권 감독에게 쏠렸다.

“많이 힘들었어요. 한 달이 지난 지금도요. 개인적으로 (목회 대물림한) 선배 목회자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어떤 분은 저한테 직접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분들한테 정중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우리가 선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 사회가 교회를 향해 요구하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교회의 사명입니다’라고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입법 총회가 있기 전 교계 안팎은 법안 통과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에 불이 붙은 상황이었다.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그의 마음도 편할 리 없었다. 하지만 입법의회 전날 한 후배 목사의 권면은 그의 마음을 ‘잔잔한 바다’로 돌려놨다. “중심만 잘 잡으면 된다는 거였어요. 법안의 통과 여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면서요. 차분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10월 31일. 종교개혁 495주년 기념일인 이날, 한국교회에 대해 한마디 꺼내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 같았다. 권 감독은 한참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 “우리가 매 순간 품고 살아야 할 건 ‘코람데오(하나님 앞에서)’의 마음과 행동입니다. 그것이 ‘세상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사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이 아닐까요.”

대전=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