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이동훈] 武士道의 추락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문열의 소설 제목이자 오스트리아 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시집 제목으로 상반된 두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새는 날개가 꺾이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둘째 지금은 추락하지만 날개가 있어 다시 비상할 수 있다는 것.
요즘 일본의 상황은 전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1980년대 경제력과 기술력은 전 세계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요즘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처럼 소니 워크맨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일본 기업들은 뉴욕 런던 등의 부동산을 사재기해 서방국가 경계대상 1호였다.
주변국들뿐 아니라 미국도 외면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최근 열린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간 외교문제 설전만 봐도 일본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위협적인 존재로 중국 아니면 북한, 이란이 거론됐을 뿐이다.
미국의 일본 낙관론자들조차 일본을 등지는 일도 벌어진다. 워싱턴포스트 최근 보도를 보면 충격적이다. 1979년 베스트셀러 ‘일본, 넘버 원(Japan As No.1)’을 썼던 에즈라 보겔 하버드 명예교수는 “일본의 정치가 완전히 엉망이 됐다”면서 일본관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미래 희망인 젊은이들은 더 잘할 수 있다는 기백이 없다고도 했다. 전자업계 1위 소니는 삼성과 애플에 치여 고전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추락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떨어지지 않으려 군국주의 망령을 내세워 발버둥 치고 있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를 필두로 의원 및 주요 장관들이 최근 줄줄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독도는 되찾고(?) 센카쿠열도는 국유화로 사수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보무도 당당하게 신사를 나왔다. 일본인들은 미국 뉴저지와 뉴욕으로 달려가 위안부 기림비에 말뚝을 박고 ‘죽도(竹島)는 일본땅’이라는 현판까지 다는 테러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일본인들이 종교처럼 떠받드는 ‘부시도(武士道·무사도)’를 과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부시도는 나라시대에 태생해 바쿠후(幕府) 시대부터 흥성한 일본판 젠틀맨십이다. 니토베 이나조는 1899년 미국에서 영어로 ‘부시도! 일본의 정신’을 써 서양세계에 이를 알렸다. 한때 일본의 5000엔권 지폐에 등장할 정도면 업적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서양의 기사도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의 예 인 용 성 충 할복 등 사서삼경에 등장하는 온갖 미사여구가 차용됐다.
무예전문가인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는 정작 부시도엔 가장 중요한 덕(德)이 빠졌다고 지적한다. 덕이 결여된 충성은 비판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외길로 빠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맹목적 충성심에서 벗어나야
지난주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일본으로서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맹방으로 믿고 따랐던 미국의 전·현직 국무·국방부 관리들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은 총리의 잦은 교체에 따른 정치 불안정이 효과적인 외교에 필요한 친밀감과 신뢰 구축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 수정론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내 발등에 총을 쏘는 격”이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서부 아프리카 종교 부두교의 사제 보커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좀비처럼 일본은 언제까지 허황된 부시도에 사로잡혀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주변국들을 괴롭힐 것인가. 이제 칼(전쟁)보다 국화(평화)를 생각할 때다. 이어령 교수의 말처럼 일본인은 확장을 지향할 때 자신과 주변에 불행을 초래했지만 축소를 지향하면 뛰어난 문화를 창조했다. 그게 추락하는 부시의 경착륙을 막는 길이다.
이동훈 국제부장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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