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치매를 잡는 지름길

Է:2012-10-3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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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기수] 치매를 잡는 지름길

불경스럽게도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문득 떠올랐다. 30일 치매에 걸린 74세 아내를 2년간 돌보다 목 졸라 죽인 혐의로 78세 남편을 경찰이 구속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병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었다는 사연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일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아내와 같이 죽으려 했다고 한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더욱 아팠다. 올해 83세인 아버지는 혈관성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5년째 홀로 돌보고 계신다. 요양시설에 어머니를 모시고 싶어도 아버지의 반대로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자신의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므로 당신이 돌보는 게 맞다며 자식에게 기대려 하지 않는다. 연일 힘들어 하면서도 아내를 요양시설에 맡겨 놓으면, 조금만 주의를 소홀히 해도 동네 사람들이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수군거리게 될 거라고 부담스러워 한다. 아버지는 실제 주위에서 그런 사례를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치매로 인한 우리 사회의 그늘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치매 환자 간병 문제로 부부싸움이 일어나는 등 가족 간 갈등을 겪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반자살을 기도하는 사고까지 일어나고 있다.

실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건 대단한 고역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의 고통은 당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치매 환자의 수발은 24시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러니 정신적·신체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다툼이 일어나기 쉬운 것은 이 때문이다.

아직도 의학적으로 완전히 치매를 정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치매 환자 문제로 인해 점점 짙어지는 우리 사회의 그늘을 어떻게 해야 조금이나마 걷어낼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치매를 예방하거나, 걸리더라도 일찍 발견해 가능한 한 진행을 억제시키려는 개인의 노력이다.

치매는 뇌 손상으로 지적 능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병이 진행되면서 기본적인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물론 운동기능도 잃는다. 치매는 뇌졸중, 알코올 남용, 비만 등에 의한 혈관성 치매와 발병 과정과 원인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알츠하이머병으로 구별된다. 전체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이 60%, 혈관성 치매가 40%의 비율이다. 이는 노력하기에 따라선 최대 40%까지 치매 발병을 막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스포츠, 취미, 사교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즐기는 것이 좋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두뇌 자극이 되는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즐기면 더 좋다. 중앙대병원 신경과 윤영철 교수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체중과 혈압, 그리고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지 않게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중년 이후 비만인 경우,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음과 흡연 행위도 좋지 않다. 흡연은 치매에 걸릴 위험을 3배, 과음은 배가량 높인다.

정부가 지원해야 할 일도 있다. 무엇보다 치매 환자들이 양지로 나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게 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가 지원하는 요양시설 및 돌봄 서비스를 받는 치매 환자는 10명 중 4명밖에 안 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은 치매 환자들은 5년 후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비율이 10%밖에 안 되는 반면 치료를 소홀히 한 환자들은 그 비율이 6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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