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각가 英 카푸어, 한국서 첫 개인전… “삶이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도 출신의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58).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미술계에서는 유명한 작가다. 인도에서 태어나 1970년대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첼시미술학교를 거쳐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관 작가로 선정됐고, 이듬해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했다. 2009년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런던 로열아카데미에서 개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올해 런던올림픽 기념 조형물 ‘궤도(Orbit)’ 제작으로 더욱 알려진 카푸어가 25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동아시아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초기의 분말안료 작업과 조각 내부의 공간을 보여주는 ‘보이드(Void)’ 시리즈, 대형 스테인리스 조각 등 18점을 선보인다.
23일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모던한 리움 공간에 다분히 철학적인 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도전해 보니 결과적으로 훌륭한 전시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성에 무게를 둔 그의 작품은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전시장에는 오목한 반구 형태의 오브제 세 개가 푸른 물감을 뒤집어쓴 채 세 개의 벽면에 하나씩 걸려 있다. 작품 제목은 ‘무제’. 창조와 탄생을 상징하는 반구의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는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같은 질문에 답을 찾을 때 과학적 접근법만으로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작가가 작품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현기증’ ‘하늘거울’ 등 오목거울 같은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이 다수 출품됐다. 작가는 “오목거울은 거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비치는 대상들을 자기 안에 가득 채운다”며 “삶이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그는 “작업실에 들어서면 나는 여성도 됐다가 남성이 되기도 하고, 어린애가 됐다가 바보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게 예술가의 자유다.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의미 없어 보이는 그런 작업이 나중에 굉장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답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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