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실’ 성형 혹하다간 ‘혹’된다

K씨(31·여)는 지난 6월 서울 압구정동 D성형외과에서 320여만원을 주고 특수 실을 사용해 얼굴 주름을 없애는 일명 ‘실 리프팅’ 시술을 받았다가 낭패를 당했다. 지난달부터 얼굴이 붓고 볼 홍조증이 생기기 시작한 것. 얼굴 감각 이상이 느껴지기도 했다.

K씨는 해당 의원을 찾아가 시술에 쓰인 실의 재료와 제품명을 따져 물었다. 의사는 “실을 자신이 직접 다듬어 쓴다”고 답변했다.

K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문의한 결과 “일반 의료용 실을 얼굴 주름 제거 목적으로 의사가 개·변조할 경우 의료기기관리법 위반에 해당돼 3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지난해 2월 한국소비자원에 구제 신청을 접수한 P씨(53·여)도 1년 전 경기도 안산의 한 병원에서 실을 넣어 주름을 펴는 ‘안면거상술’을 받았다가 시술 부위에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같은 해 11월 실 제거 시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피부 함몰과 색소 침착이 남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용 성형을 주로 하는 전국 병·의원에서 불법 제조된 ‘짝퉁 실 성형’이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형 부작용과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 성형은 장미 가시 같은 작은 돌기가 붙은 실을 피부에 삽입한 뒤 주름을 당겨 펴 주는 시술로, 칼을 대지 않고 안면 주름 개선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실은 인체에 무해한 폴리데녹사논 혹은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봉합사를 주로 쓴다. 폴리데녹사논은 6개월 정도 지나면 녹지만, 폴리프로필렌은 녹지 않고 영구히 피부 속에 남는다. 식약청 허가를 받은 제품은 3개 업체의 4개 제품뿐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18일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고 성형외과 등에 짝퉁 실을 공급하는 업체 10여곳이 단속을 피해 성업 중”이라고 귀띔했다. 식약청이 지난해 6월 무허가 실 제작업체 1곳과 이를 공급받아 시술한 성형외과 17곳을 적발, 형사고발한 뒤에도 여전히 무허가 성형 제품 유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성형외과개원의사회의 한 관계자는 “의사들이 무허가 업체인지 모르고 실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의사들은 외과 수술용 봉합사에 면도칼로 직접 돌기를 만들어 얼굴 주름 제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 봉합사는 개당 1500∼2000원으로 개당 5만∼6만원하는 정품 실(피부 탄력용은 3000원)에 비해 훨씬 싸다. 불법 제작된 실은 돌기가 일정치 않을 뿐만 아니라 자주 끊어진다. 또 멸균 처리 등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

부작용 환자의 실 제거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한 의사는 “무허가 실 성형이 만연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인체에 써서는 안 되는 나일론 실이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의료기기관리과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환자 등의 제보가 없으면 사실상 단속은 힘들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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