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한국공연 아직도 못잊어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주연 3인 인터뷰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를 재현한 화려한 무대와 의상,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매혹적인 선율. 천재음악가 팬텀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귀족 청년 라울의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
전 세계 1억3000만명을 사로잡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은 현재 월드투어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시작으로 요하네스버그,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12월 7일 한국에 상륙한다. 약 3개월 동안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올해 최고 흥행뮤지컬 ‘위키드’의 제작사인 설앤컴퍼니가 제작을 맡았다. 한국을 찾은 주연 배우 3명을 17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 2200여회 팬텀 역으로 무대에 선 브래드 리틀
전 세계에서 팬텀 역할을 2000회 이상 연기한 배우는 단 4명. 미국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48)은 이 중 한 명이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을 대성공으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풍부한 성량에다 사랑과 집착, 광기와 애절함을 적절히 조화시킨 명연기로 팬텀 신드롬을 일으켰다.
7년 전 공연과 비교해달라는 주문에 “내가 나이가 들었다”,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에 “팬들이 제발 ‘지킬 앤 하이드’ 때처럼 하지 말라고 해서 스타일을 바꿨다”는 재치 있는 답변을 건넸다.
굵직한 역할을 두루 거쳤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역시 팬텀이다. 그는 “마지막 은신처 장면쯤 되면 정말 지친다. 몸이 힘든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너무 소모됐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이미 팬텀에 완전히 몰입됐기 때문에 공연 후에도 한참동안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처음 팬텀 역으로 무대에 선 것은 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였다. 그는 “총알이 대본을 관통하는 듯한 멋진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같은 배역을 오래하다 보면 매너리즘에도 빠질만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동안 여러 감독과 작업을 했다. 그들 모두 요구하는 방식이 다 달랐다. 그때마다 캐릭터를 바꾸는 것이 때로는 절망스러울 정도로 힘들기도 했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팬텀 역을 망치기란 어렵다.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호흡을 맞추는 두 배우도 처음 만나 기대된다.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두 번 이상 똑같은 연기를 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극중 가면으로 얼굴 일부를 가린 팬텀이 크리스틴을 유혹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뮤지컬 역사상 가장 섹시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팬텀은 나쁜 남자의 전형인데 여자들은 왜 그를 좋아할까. 여자들의 심리상태가 궁금하다”며 웃었다.
그는 2005년 내한 공연에 대해 “관객의 함성이 물결처럼 나를 덮쳐 머리가 올백이 되는 느낌이었다.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한국 팬들은 대단히 열정적이고 지적이다. 존경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준수보다는 못하다”고 웃었다. JYJ 김준수와는 지난해 한국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에 함께 출연했다. 한국 배우·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싸이월드’를 했던 그는 요즘은 ‘카카오스토리’로 옮겼다.
# 로이드 웨버의 새로운 뮤즈 클레어 라이언
호주 국립오페라단 출신으로 웨버의 ‘러브 네버 다이즈’에 이어 ‘오페라의 유령’에서도 크리스틴 역을 맡은 여배우가 클레어 라이언(25)이다. 라이언과 크리스틴은 비슷한 점이 많다. 세 살 때 발레를 시작한 라이언은 15년 동안 다양한 춤을 배웠고 열한 살 때부터 노래 훈련을 받으며 오페라 과정을 준비해왔다. 크리스틴도 발레리나로 시작해 오페라가수로 성공한다.
라이언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크리스틴이 되는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나면 힘이 완전히 빠져 한동안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팬텀과 라울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라울과는 안정적인 삶이, 팬텀과는 열정적인 삶이 가능할 것 같다”며 “그래도 팬텀이 더 낫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2월 한국에 온 뒤 공연이 없는 날에는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엔 “쇼핑 쇼핑 쇼핑”이라며 웃었다.
# 운명 같은 오디션으로 캐스팅된 안소니 다우닝
남아공 출신의 안소니 다우닝(27)은 노래 실력은 물론 피아노 연주와 댄스 작곡까지 능한 음악가다. 그는 라울 역을 맡게 된 것에 대해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7년 전부터 이 역할을 하고 싶었지만 학업 때문에 오디션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다 라울 역에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해 실시한 추가 오디션에서 극적으로 선발됐다.
‘오페라의 유령’의 주요 세 배역이 미국 호주 남아공 등 각기 다른 나라 배우인 것은 극히 드문 일. 그는 “배우의 성장과정이 무대에 나타나지 않겠는가. 다양한 배우와 함께 공연하게 돼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뮤지컬 작곡가로 자신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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