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위조 업체 인터넷서 활개… 돈만 주면 전자칩 공무원증도 하루 만에 택배로

가짜 신분증 제작 업자들이 인터넷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허위 신분증이 무차별 유통되면서 각종 범죄에 악용되거나 각종 기관의 출입 보안도 무너뜨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불을 지르고 투신한 60대 남성도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청사에 침입했다.

15일 인터넷 포털에 ‘신분증’ ‘위조’ ‘copy’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자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주겠다는 광고 글 수십 개가 올라왔다. 한 업체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각종 신분증, 여권, 서류 등을 홀로그램, 도장, 마크, 사인, 보이지 않는 비표까지 정확히 제작해 드린다’는 공지글이 적혀 있었다. 이 업체는 전화로 주문받을 경우 통화 내역이 남아 경찰에 적발될 수 있기 때문에 제3국 메일로만 제작 의뢰를 받고 있었다.

국민일보 기자가 ‘위조 신분증을 만들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니 곧바로 답장이 왔다. ‘전자칩이 내장된 공무원증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업자는 “행정안전부 신분증 제작 비용은 200만원이고 삼성 등 기업 사원증이나 경찰 신분증은 80만원에 제작이 가능하다”며 “제작 기간은 보통 하루 만에 가능했고 길어도 이틀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먼저 반으로 자른 신분증을 만들어 보낼 테니 물건을 보고 결정하라”며 “관공서 관계자도 육안 식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옥션이나 지마켓 등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도 신분증 제작 업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신분증 제작 업체는 ‘사원증·출입증 급하신 분들을 위해 하루 만에 제작해 드린다’고 광고했다. 이 업체는 60여개 기업의 신분증 양식을 보관해 두고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바로 만들어 배송했다. 또 다른 업체는 주문자가 사진, 심벌, 직급 등을 메일로 보내면 신분 확인 절차도 없이 신분증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비용 5000∼7000원을 내면 택배나 우편을 통해 전달했다.

현행법상 공·사문서 위조는 처벌이 무거운 중범죄에 해당한다. 주민등록증 같은 공문서를 위조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 졸업증명서 같은 사문서 위조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분증뿐만 아니라 토익 성적표나 졸업증명서, 국가유공자 자격증 등 문서를 위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위조단은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단속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시용으로 직장이나 학교를 허위로 꾸며 가짜 신분증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학벌이나 직장 등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는지에 매우 예민하다”며 “짝퉁 명품이 잘 팔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김미나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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