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병사 “식량 훔치다 상관과 싸워 탈영”
국방위 국감
강원도 고성군 육군 22사단의 GOP(일반전방소초) 생활관을 노크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소속 부대에서 음식을 훔쳐 먹다 들켜 상관과 싸운 뒤 보복이 두려워 탈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사는 우리 군 3중 철책을 넘은 직후 철책 옆 초소로 가 귀순 의사를 밝히려고 했지만 비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철책 옆 초소→동해선 경비대→GOP 생활관으로 한국군을 찾아 헤매고 다닌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12일 22사단 GOP를 찾아 현장국감을 벌였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귀순 병사가 지난달 28일 저녁 부대에서 음식을 훔치다 상관에게 적발돼 싸웠다고 한다”며 “보복이 두려워 다음날 새벽 경계근무 중 탈영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병사는 우리 군의 3중 철책을 가볍게 넘었다. 조성직(소장) 22사단장은 검증 현장에서 “북한군은 (철책을 지지하는) 철주를 타고 올라가 (철책 상단의) 윤형철조망을 벌리고 머리, 상반신, 다리 순으로 통과했다. 윤형철조망을 벌리고 넘어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부대 관계자는 “귀순 병사와 비슷한 체격의 우리 병사에게 철책을 넘어보게 했더니 첫 번째 철책은 4분이 걸렸지만 두 번째, 세 번째는 각각 54초와 1분1초밖에 안 걸렸다”며 “귀순 병사에게 11일 철책을 다시 넘어보도록 했을 때도 같은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3중 철책 앞은 수풀이 우거져 낮에도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곳이었다.
귀순 병사는 “철책을 넘기 전에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은 건 총에 맞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류제승 8군단장은 “3중 철책을 넘은 뒤엔 동쪽으로 70~80m 떨어진 초소로 갔는데 경계 병력이 순찰할 때 잠시 머물렀다 이동하는 초소여서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빛을 향해 250m 떨어진 동해선 경비대에 갔으나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다시 30m 떨어진 생활관까지 간 것이다.
생활관 출입구에 달린 CCTV는 철책 방향이 아닌 생활관 바로 옆 탄약 수불대를 향해 있었다. 조 사단장은 “경계용 CCTV가 아니라 5만1000원짜리 가정용 CCTV”라며 “경계병들의 탄약이 분배·수거되는지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남수(대령) 헌병대장은 “CCTV 하드디스크를 전문 과학수사팀이 조사한 결과 2일 오후 7시26분부터 3일 오전 1시8분까지 녹화가 되지 않았으나 지운 흔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황병이 2일 오후 CCTV 컴퓨터의 시간을 맞추면서 10월 2일을 9월 2일로 잘못 입력했고, 3일 새벽 1시쯤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녹화된 것이 삭제된 듯하다”며 “하드디스크를 증거로 보전해 민간 감식반이 추가로 감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CCTV에 녹화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22사단을 관할하는 강원도 원주 제1야전군사령부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을 처음 공개한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은 “우리에게 들어온 제보는 오후 8시 귀순자가 생활관에 왔다는 것”이라며 “TOD(열상관측장비)나 다른 CCTV 영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박성규(대장) 제1군사령관은 “제가 현장에 가서 전부 확인했다”며 “오후 8시라는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사령관은 국감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에게 사과드린다. 혼신을 다해 근무하는 병사들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으로 비쳐 부하들에게 미안하고 처참한 심경”이라며 울먹였다. 목이 멘 채로 “반드시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도 했다. 또 “소초 위치 재검토와 감시 사각지대 해소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불모지 관리도 미흡했고, 3중 철책을 과신했다”고 말했다.
제1군사령부(원주)·22사단(고성)=최현수 군사전문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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