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광화문 앞 ∼ 세종로 인분 냄새 고약한 거리였다

광화문 앞에서 세종로로 이어지는 서울의 중심가가 조선시대에는 냄새 고약한 인분이 밟히는 더러운 거리였다는 사실이 지층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서울대 의과대학 인류학·고병리연구실 신동훈 교수팀은 “경복궁 담장,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아래, 시청사 부근, 종묘 광장 등 서울 사대문 주요 지점의 지층에서 각종 기생충알이 발견됐다”고 10일 밝혔다.

조선왕조실록 등 고문헌에 한양의 오염상태가 기록되긴 했지만 흙에서 추출한 기생충알로 이를 실증적으로 밝혀내기는 처음이다. 문제의 지층이 형성된 시대는 15∼18세기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지층에서 간흡충(간디스토마), 회충, 편충, 광절열두조충의 알을 발견했다. 이들 기생충은 포유류나 어류 등 동물을 숙주로 삼아 인체로 침투한 후 장기에서 기생하다 변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온다.

신 교수는 “조선 사대문 안에서 기생충알이 다수 나온 것은 한양 번화가에 인분이 널려 있었음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경복궁 앞에서 추출한 흙에서는 1g당 최고 165개의 알이 나왔고, 나머지 샘플에서도 평균 35개의 알이 발견됐다. 당시 인분에 의한 토양 오염도가 상당히 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런 정도는 위생시설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의 대도시 수준이다.

신 교수는 “조선이 한양으로 수도를 옮긴 14세기 이후 이곳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수많은 사람이 배출한 분뇨를 감당할 위생시설이 없어 도시가 이토록 오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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