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곽 세계문화유산 지정 염원 ‘과거시험 재현’… “장원이요∼”
7일 오전 10시 서울 운니동 운현궁. 까만 유건(儒巾)과 하늘색 도복(道服)을 갖춰 입은 유생들이 과거장에 들어섰다. 이어 힘찬 북소리와 함께 임금이 연여(輦輿)를 타고 행차하자 과장(시험장)엔 일순 긴장감이 흘렀다.
색색의 의복을 차려입은 문무백관이 임금을 향해 네 번 절해 군신(君臣)의 예를 표하자 임금이 시제를 내렸다. ‘원 한양도성세계문화유산등재(願 漢陽都城世界文化遺産登載·서울성곽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를 염원한다)’. 대나무 돗자리에 자주색 방석을 깔고 앉은 유생들의 붓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날 운현궁에서는 제19회 조선시대 과거제 재현 행사가 열렸다. 전국에서 200여명이 한복을 차려입고 붓과 벼루를 챙겨 상경했다. 화창한 날씨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행사를 보기 위해 북적였다.
충북 충주에서 새벽부터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왔다는 이찬재(71)씨는 “한시 동호회 ‘중원음사(中原吟祠)’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보려고 동호회원 5명이 함께 올라왔다. 이렇게 전통문화가 유지되고 있어 정말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60·70대 어르신 유생들 사이에서 앳된 얼굴의 대학생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국민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 홍민주(20)씨는 “수업시간에 배우는 한시를 직접 지어보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과거시험 제도는 1392년 태조 1년 처음 시행돼 500여년을 이어오다 1894년 갑오개혁 때 폐지됐다. 서울시는 이를 1994년 한시 백일장 형태로 부활시켜 매년 가을 재현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시제는 서울 성곽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염원을 모으고자 마련됐다. 시는 지난 5월 ‘한양도성 보존·관리·활용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15년까지 327억5400만원을 투입해 서울 성곽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2시간의 심사 끝에 갑·을·병과에서 장원(壯元)·방안(榜眼)·탐화(探花) 등 총 33명이 급제자로 선정됐다.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생들은 한국전통문화연구원과 풍장21예술단, 국악인 이윤선의 전통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장원의 영광은 경북 포항에서 온 이환식(64)씨에게 돌아갔다. 이씨는 임금에게 하사받은 어사화를 머리에 꽂고 악공과 광대들을 앞세워 행진하며 장원급제의 기쁨을 만끽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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